감정의 ‘장시간 저온 방치, 사망 기여도 40%’

마트 냉장창고에서 쓰러진 뒤 약 10시간 만에 발견돼 숨진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근로자의 기저질환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됐더라도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과 구조 지연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최근 숨진 근로자 A 씨의 자녀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9년 8월부터 서울 청량리의 한 마트에서 유제품 진열과 판매, 재고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A 씨는 2024년 5월 판촉행사 기간 중 냉장창고에서 재고 관리와 제품 운반 업무를 수행하다가 같은 달 13일 오후 9시 30분께 쓰러졌다. 이후 약 10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7시 30분께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뇌지주막하출혈을 진단받은 A 씨는 치료를 받았지만, 약 한 달 뒤 사망했다.
유족들은 A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 씨의 사망이 기저질환인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것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가 쓰러진 냉장창고에 다량의 물품이 적재돼 있었고 조명도 어두워 내부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마트 측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A 씨가 쓰러진 이후 폐점 시각까지 직원 3명이 냉장창고 내부를 확인했고, 다음 날 오전에도 협력업체 직원이 6차례 창고를 출입했지만 A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순찰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내부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냉장창고의 관리 상태가 불량했거나 안전점검 내지 순찰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아니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감정의 역시 A 씨가 장시간 저온에 방치된 상황이 심전도 이상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적절한 구호 조치가 이뤄졌다면 초기 뇌 손상의 확대를 막아 사망에 이르지 않았거나 예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감정의는 A 씨의 사망에 대한 기여도를 기저질환 60%, 장시간 저온에 방치된 사정 40%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비록 망인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기저질환으로 인한 뇌지주막하출혈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의 냉장창고 관리 소홀과 적절한 구호 조치의 부재로 사망 결과 발생을 촉진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망인의 사망은 기저질환과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 등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로 평가함이 타당하다”며 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