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김포 시민 20여 명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변신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시민들이 약 3개월간 준비한 노래에 관객들도 목소리를 보태면서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31일 오후 경기 김포아트홀 1층 전시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메들리에 이어 마지막 곡 ‘아름다운 나라’가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도 하나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익숙한 선율에 맞춰 박수를 치던 관객들은 어느새 무대 위 출연진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곡이 끝나자 공연장에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주말을 맞아 공연장을 찾은 관객 중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이들은 무대에 오른 출연진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공연을 지켜봤다. 무대에서는 긴장한 표정과 조심스러운 몸짓이 엿보였지만, 출연진은 서로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화음을 이어갔다. 객석에서는 곡이 끝날 때마다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을 선보인 이들은 김포시민예술학교 4060 뮤지컬 클래스 ‘아라칸토 콰이어’에 참여한 시민 20여 명이다. 김포문화재단이 마련한 문화예술교육 성과공유회 ‘예술의 곁, 김포: 일상에 예술을 더하다’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른 이들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주요 곡을 엮은 갈라 공연을 선보였다.
출연진 대부분은 직장과 가정에서 각자의 일상을 보내는 중장년층 시민들이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김포아트홀 연습실에 모여 두 시간씩 노래를 익혔다.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 베이스로 성부를 나눠 발성과 호흡을 맞췄고, 약 10차례의 연습 끝에 관객 앞에 설 수 있었다.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노래에 대한 관심으로 참여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악보와 발성에 어려움을 느껴 중도에 포기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남은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음역과 목소리를 맞추며 연습을 이어갔다. 그렇게 바쁜 일상에서 조금씩 쌓아온 시간이 이날 공연장의 화음으로 이어졌다.

이날 공연에서 베이스를 맡은 곽종규 전 김포문화재단 대외협력관도 시민들이 직접 예술을 경험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곽 전 대외협력관은 “어떤 지방자치단체의 문화 역량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본다”며 “어릴 때 부모를 따라 공연장을 찾았던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스스로 공연장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험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 역량이 높아지고, 다른 시민들도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문화예술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진의 도전은 객석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연을 관람한 김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박재영 국민의힘 의원은 무대에서 손을 떨던 한 남성 출연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박 의원은 “한 남성 참가자가 손을 떨면서 공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며 “긴장한 모습과 달리 눈빛에서는 꿈을 되찾은 듯한 감동이 느껴져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었던 시민들이 직접 무대의 주인공이 돼 예술을 창작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러한 성과가 쌓이면 관련 예산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연진이 마지막 곡을 마칠 때까지 객석의 응원은 이어졌다. ‘오페라의 유령’ 메들리로 시작한 공연은 ‘아름다운 나라’를 관객과 함께 부르며 막을 내렸다. 무대에 선 시민들은 준비한 노래를 끝까지 선보였고,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들의 도전에 화답했다.
화려한 무대 장치도, 이름난 배우도 없었다. 대신 퇴근 후 연습실을 찾았던 시민들의 노력과 그 도전을 응원하는 관객들의 박수가 공연장을 채웠다. 무대에 서는 것조차 낯설었던 이들은 이날 누군가의 가족이나 이웃을 넘어 한 편의 공연을 완성한 주인공으로 관객 앞에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