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리모델링 예산은 66.2% 감소
재원 부족·수선주기에 개선 한계

공공임대주택 유지보수에 투입되는 비용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노후화에 따른 시설 개선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재원 확보의 한계와 법정 수선주기를 중심으로 한 시설 관리 방식 등이 맞물리면서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주거환경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수선비는 2022년 1조251억원에서 지난해 1조5974억원으로 55.8%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23년 1조2506억원, 2024년 1조4242억원 등 매년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9197억원이 투입됐다.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수선비는 6조2170억원이다.
수선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LH가 처리한 임대주택 유지보수 건수는 2022년 69만5134건에서 지난해 106만5406건으로 53.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64만6384건이 발생했다. 특히 난방 관련 보수 건수는 2022년 890건에서 지난해 3338건으로 약 3.8배 늘었다.
문제는 늘어나는 수선 수요에 대응할 재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변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한다. 이에 임대사업자인 LH가 임대료 수입만으로 노후 시설의 유지보수와 교체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민간 공동주택과 달리 공공임대주택은 임차인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주요 시설 교체 등에 필요한 특별수선충당금은 임대사업자인 LH가 직접 적립해야 한다. 시설이 노후화할수록 수선비 부담은 커지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체 재원 확보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따르는 셈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예산도 감소했다. LH 자료에 따르면 관련 예산 편성액은 2022년 3699억원에서 지난해 1250억원으로 66.2% 줄었다. 올해 역시 1250억원이 편성됐지만 9월 기준 배정액은 704억원, 집행액은 60억원에 그쳤다.
LH 관계자는 "일상수선과 장기수선공사 비용은 LH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 정책사업인 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과 시설개선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정부에 지원 단가 인상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시설의 교체가 법정 수선주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도 노후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은 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을 통해 난방·급수설비 등 주요 시설의 수선 방법과 주기를 규정하고 있다. 보일러는 15년, 배수로 및 맨홀은 10년, 배관 및 밸브는 10년 등을 기준으로 수선 가능하다.
실제 일부 공공임대주택에서는 난방설비 고장이 반복됐음에도 수선 주기를 이유로 수년간 교체 및 수리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있다. 2009년 입주한 경기 김포시 통진읍 서암주공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보일러 고장으로 개인적으로 수리기사를 불렀지만 중앙제어식 난방설비라 개별 수리가 불가능했다"며 "온수가 나왔다 끊기기를 반복하는 등 고장 난 상태로 약 4년간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선주기가 도래하고 나서야 관리사무소를 통해 아파트 전체 동의 수리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주택업계 관계자는 "시설별 수선주기가 내부 규정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등에 따라 정해져 있어 통상 해당 주기가 도래한 이후 교체가 이뤄진다"며 "시설 노후화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수선주기가 도래하지 않으면 전면 교체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