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오기만 기다린 이들처럼…여름내 눌러왔던 ‘즐기기’ 본능을 터트렸는데요. 문제는 이게 한 곳이 아니라는 점이죠. 벼르고 별렀던 가을은 언제나 짧게 머물렀던 탓일까요? 10월 말 축제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지역 특산물을 앞세운 먹거리 축제부터 국화와 갈대 축제, 불꽃축제와 국가유산야행까지 성격이 다른 행사들이 10월 마지막 두 주에 집중된 건데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축제 달력을 살펴보면, 17일과 18일에는 각각 19개 축제가 열렸고요. 축제 수는 23일 34개, 24일 38개로 급증해 25일에는 39개로 정점을 찍었죠.
열기는 10월 마지막 주말에도 이어집니다. 31일에는 새로 막을 올리는 축제 10개와 진행 중인 축제 24개를 합쳐 모두 34개 행사가 관광객을 맞이합니다.

123~25일에는 친숙한 음식을 앞세운 축제가 한꺼번에 열렸는데요. 경북 김천의 김밥, 강원 원주의 만두, 대구 북구의 떡볶이, 광주 서구의 김치가 각각 축제의 주인공이 됐죠. 서울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 한식대축제와 난지캠핑장 서울 바비큐 페스티벌이 진행됐습니다.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던 기존 축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익숙한 메뉴 자체를 여행의 목적으로 만든 건데요. 도시 이름에서 ‘김밥천국’을 연상한다는 반응을 축제로 발전시킨 김천김밥축제가 대표적이죠.
김천시는 27일 김천김밥축제에 사흘간 17만 명이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행사장에는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김밥 등 60여 종이 등장했죠. 주최 측은 긴 대기 줄을 줄이기 위해 QR 주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셔틀버스 60여 대를 운행했는데요.
먹거리 축제는 10월 마지막 주말에도 이어집니다. 홍성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은 29일~11월 1일, 부산고등어축제는 30일~11월 1일 열리고요. 예산사과축제는 30~31일, 밀양 매운맛축제는 31일~11월 1일 진행됩니다.
이제 지역 농축수산물 축제는 단순한 판매·할인 행사를 넘어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경험 자체를 홍보하고 있죠.

먹거리 축제가 수확철의 맛을 내세웠다면 가을에만 만날 수 있는 풍경으로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축제도 있는데요.
익산천만송이 국화축제는 23일~11월 1일, 전남 함평 대한민국 국향대전은 23일~11월 8일 열립니다. 함평에서는 ‘신화의 국화동산’을 주제로 대형 국화 작품과 분재를 선보이고요. 전남 강진에서는 24일~11월 1일 갈대밭과 공연·체험을 결합한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가 진행되죠.
10월 마지막 주말에는 충남 부여와 경남 창원도 국화축제 대열에 합류합니다. 부여국화축제는 30일~11월 8일 궁남지에서, 마산가고파국화축제는 31일~11월 8일 창원에서 열리고요. 마산에서는 국화 전시와 함께 멀티미디어 불꽃쇼와 해상 낙화놀이를 선보입니다.
해가 지면 불꽃과 조명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데요.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는 31일 여수밤바다 불꽃축제가 열리고, 목포 국가유산야행과 부산 영도다리축제는 30일~11월 1일 진행됩니다. 불꽃쇼와 야간 조명, 레트로 공연이 가을밤을 채울 예정이죠.

축제가 10월 하순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계절’입니다. 행사 기획 단계에서 10월은 폭염과 장마를 피하면서도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 야외 행사를 열기 좋은 시기로 꼽히는데요. 단풍과 국화·갈대·억새도 이때 절정을 향하죠. 자연경관을 주제로 한 축제는 개화와 단풍 시기에 맞춰야 해 행사 날짜를 크게 옮기기 어렵습니다.
수확철이라는 점도 중요한데요. 사과와 고추, 한우·한돈, 김장 재료부터 대하와 고등어까지 지역이 내세울 수 있는 농축수산물이 풍성합니다. 지역 특산물의 판매와 시식, 수확 체험을 한 행사 안에 묶기에 가장 좋은 시기죠.
2026년 달력도 축제 집중을 키웠습니다. 23일 금요일에 개막한 행사가 25일 일요일까지 이어졌고, 30일 금요일에 시작하는 축제는 11월 1일 일요일까지 열리죠. 여기에 국화·갈대축제처럼 1~2주 동안 진행되는 장기 행사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리는 먹거리 축제가 겹쳤습니다.

행사가 많아지면서 축제장 주변의 혼잡도 언급됐는데요. 김천김밥축제는 지난해 지적된 대기와 교통 불편을 줄이기 위해 QR 주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셔틀버스를 60여 대로 늘렸습니다. 일부 시스템 지연과 인기 김밥 조기 매진은 있었지만,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이동과 주문 방식이 지난해보다 한결 편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죠. 원주만두축제도 셔틀버스와 임시주차장을 운영했지만, 방문 수요에 비해 부족한 판매 부스와 주문 대기, 보행 동선 혼잡이 개선 과제로 남았습니다.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은 공식행사와 연예인 초청을 없애고 방문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QR 주문 시스템과 키오스크 12대를 마련한 것도 같은 이유인데요. 지역 축제의 과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모으느냐’에서 ‘몰려온 사람을 얼마나 불편 없이 맞느냐’가 차후 축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죠.

가을 축제의 마지막 변수는 갑자기 떨어진 기온과 오락가락하는 비 예보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도~영상 7도, 낮 최고기온은 11~17도인데요. 27일 아침 기온이 4.9~15.5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사이 기온이 크게 떨어졌죠.
비는 29일 오후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남에서 시작해 밤에는 충청권과 전북 북서부, 제주로 확대되는데요. 대부분 지역에서는 30일 아침까지 그치고 31일에는 전국이 맑을 전망이죠. 31일 열리는 여수밤바다 불꽃축제 등 야외 행사는 비 걱정은 덜겠지만, 밤까지 즐길 계획이라면 두꺼운 겉옷이 필요합니다.
김밥을 맛보고 국화밭을 거닐고 밤바다의 불꽃을 감상하는 행사까지…10월 말의 선택지는 어느 때보다 풍성합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추위와 비 예보가 남은 변수죠. 축제장을 찾기 전 행사 일정과 교통편 등 주최 측 공지, 당일 기상정보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