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풀어 5만 가구 공급한다더니⋯2년 다 돼가도 착공은 먼 길

입력 2026-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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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보상·마을 존치 갈등
대곡·오전왕곡 지구 지정도 지연
정부는 추가 그린벨트 해제 추진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수도권에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지 2년이 다가오지만,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일부 지역은 지구 지정부터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고, 토지 보상과 기존 마을 존치를 둘러싼 주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2024년 11월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로 발표된 고양대곡지식융합·의왕오전왕곡지구는 지난달 22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당초 목표였던 올해 상반기보다 약 3개월 늦어진 것이다. 두 지구의 주택 착공 목표는 2029년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4년 11월 서울 서초 서리풀과 경기 고양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 등 4개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어 약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에서도 12년 만에 그린벨트 해제에 나서며 공급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행정절차를 단축해 2026년 상반기까지 지구 지정을 마치고, 2029년 첫 분양과 2031년 첫 입주를 추진한다는 구상이었다.

박상우 당시 국토부 장관은 공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에 "첫 번째 분양이 앞으로 5년 후에 이뤄지고 새로운 양질의 주택이 시장에 공급된다는 믿음이 시장에 형성되면 현재 시장 상황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지 발표 이후 사업은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공급 규모가 가장 큰 서리풀지구가 대표적이다. 총 2만 가구를 공급하는 서리풀지구는 서리풀1지구 1만8000가구와 서리풀2지구 2000가구로 나뉜다. 각각 올해 2월과 6월 지구 지정을 마쳤지만, 토지 보상과 주민 이주·재정착, 기존 마을 보전 등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서리풀2지구에서는 공청회부터 두 차례 무산됐다. 서초구청에 게시된 국토부 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4일과 12월 12일 예정됐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는 주민들의 개최 거부로 열리지 못했다. 국토부는 결국 공청회를 생략하고 서면으로 의견을 받았다.

지구 지정 이후에도 반발은 이어졌다. 송동·식유촌마을 주민과 우면동성당 신자들은 6월 국토부 등에 청원서를 내고 "성당과 두 마을은 4000여 명의 신자가 함께하는 종교 공동체이자 500년 이상 이어져 온 마을 공동체의 터전"이라며 "지구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보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전면 수용 방침이 유지되면 행정소송과 집회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리풀1지구에서는 토지 보상과 원주민 재정착 문제가 쟁점이다. 주민들은 이주·생활대책과 협의양도인 주택의 공급 물량, 자격, 선정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주민 측과 LH·서울주택도시공사(SH) 실무진 사이에 관련 협의가 진행됐다.

LH가 지난달 제시한 일정에 따르면 서리풀1지구는 이달 말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내년 3월 지구계획 승인과 보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주택 착공 목표는 2028년 하반기다.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약 4년이 걸린다. LH는 보상 협의가 빠른 일부 지역을 우선사업구역으로 정해 주택을 먼저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는 지구 지정이 늦어진 데 이어 개발 방향을 둘러싼 이견도 나오고 있다. 고양대곡지구에서는 업무시설 등 자족 기능보다 주택 공급에 무게가 실리는 데 대한 지역 반발이 제기됐다. 주변에 대규모 주택 공급이 진행되는 만큼 대곡역세권은 일자리 중심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양대곡·의왕오전왕곡지구는 지난달 지구 지정을 마치고 토지 이용과 기반시설 배치 등을 정하는 지구계획 수립 단계에 들어섰다. LH는 지구 지정 전 조사설계용역을 발주해 사업 기간을 통상보다 약 4개월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 인허가를 마치고 2029년 주택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의정부 용현지구 역시 지구 지정과 지구계획 승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LH의 올해 업무계획에 따르면 오는 12월 두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존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주택 공급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도 추가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8월 18일 국무회의에서는 과천경마장 등 수도권 주요 공공주택지구를 그린벨트 해제총량 규제의 예외로 인정하는 내용의 '개발제한구역 해제총량 예외인정을 위한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선정안'을 의결했다. 신규 택지를 추가로 확보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신규 택지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행정절차를 단축하더라도 토지 보상과 주민 이주, 기반시설 조성 등의 과정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의 갈등과 지연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고하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현행 해제 기준은 '토지의 환경 상태'를 평가하는 환경평가 등급을 위주로 운영되는 반면 영국은 시가지 확산 억제, 도시 간 연담화 방지 등 그린벨트 기능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보전 필요성을 판단하고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지 판단 시 현행 환경평가와 함께 '그린벨트 기능 평가'를 병행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제 이후 실제 공급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우리나라 여건을 고려하면 주민 갈등 가능성, 지장물·보상 규모, 국공유지 비율 등 토지 소유 구조, 지자체 협의 여건 등 '사업 실행 여건'도 함께 평가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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