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각별히 챙기겠다"…그 글에 사업 이름은 없었다

입력 2026-10-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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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준비위 6월 "전국 최대규모, 제도적 안정화 필요" 보고…880명·전담 80명, 도비 127억원 전액, 장애계 27일 단식 돌입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도 가용재원이 올해보다 약 2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애인 관련 예산을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도 가용재원이 올해보다 약 2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애인 관련 예산을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6일 페이스북에 "장애인 관련 예산은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적었다. 그 글에 사업 이름은 없었다.

반면 추 지사의 도정 인수기구는 넉 달 전 사업명을 적시해 제도적 안정화와 지속가능한 확대를 주문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다. 올해 최중증장애인 880명과 전담인력 80명이 이 사업으로 일하고 있다.

2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경기도의 내년도 재정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며 올해 3조5000억원인 가용재원이 내년에는 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망대로라면 내년 가용재원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가용재원은 법정 의무지출 등을 뺀 뒤 지방정부가 자체 정책사업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추 지사는 "불가피하게 지방채를 최대한 발행하고 남아 있는 기금까지 탈탈 털어 모두 동원하더라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사업과 예산을 담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내년도 예산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는 도의회에 정식 제출하기 전 실무부서가 협의하는 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애인 예산에 대해서는 별도로 적었다. 추 지사는 "특히 이번에 우려를 제기하신 장애인 관련 예산은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삶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챙기겠다"며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말씀드리는 것은 필요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부디 불필요한 오해가 없기 바라며, 재정확보를 위해 힘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글에는 사업비 반영 여부나 참여자 고용 유지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경기도 대변인실의 설명도 같은 구조였다. 홍은광 대변인은 24일 서면브리핑에서 "경기도의 2027년 본예산 편성안은 어떠한 사항도 확정된 바가 없으며, 도의회와의 사전협의를 위한 기초안만 있을 뿐"이라며 "최근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보도되거나 회자되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보도의 전제를 문제 삼았을 뿐 사업비를 편성하겠다는 설명은 아니었다.

인수기구의 기록은 달랐다.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산하 장애인동행특별위원회는 6월 25일 추 당선인에게 정책검토 결과를 공식 보고했다. 서미화 위원장이 이끈 특위는 장애인 관련 공약 12건을 검토하고 현장 전문가 위원 6명이 발굴한 신규 과제 24건을 더해 총 36건의 정책검토서를 작성했다.

공개된 활동 결과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가 별도 사업명으로 담겼다. 특위는 경기도가 이 사업을 전국 최대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며 제도적 안정화와 지속 가능한 확대를 통해 민선 9기 장애인 정책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 사업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시행 중인 사업의 운영 기반을 다지자는 취지였다. 다만 36건 검토서의 원문 전체는 공개 발표 내용과 별도로 확인이 필요하다. 당시 서 위원장은 "장애인동행특위는 이름 그대로, 민선 9기 내내 현장에서 끝까지 동행하겠다"고 밝혔다.

서 최고위원은 추 지사의 장애인 공약 마련에도 참여했다. 그는 5월28일 추미애 당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사회적약자동행위원장 자격으로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단단 동행, 장애인' 5대 공약을 발표했다. 보건의료·요양·돌봄 자립 지원, 돌봄 인프라 확충과 인권보호 강화, 장애인 일자리와 지역 고용 확대, 범죄 예방·지원 체계 구축, 친화 관광·체육 인프라 지원이 주요 내용이었다.

선거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당선 이후 정책 검토를 이끌었던 인사가 도정 출범 넉 달 만에 같은 사업의 존속 문제를 공개 제기한 것이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장애계 확인에 따르면 경기도는 내년 예산에서 이미 이 사업 항목을 삭제해 폐지를 예고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업이 폐지되면 최중증장애인 880명이 하루아침에 해고된다. 오 시장이 해고했던 400명보다 2배 이상"이라며 "추 지사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최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돈으로 보지 말아달라. 예산 뒤에 있는 장애인들의 기본권과 삶을 봐달라"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이 서울시를 거론한 데는 사업의 도입과 폐지 과정이 자리한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서울시가 2020년 7월 전국 처음 도입했다. 중증장애인의 권익옹호와 인식개선, 문화예술활동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서울시 사업은 2023년 약 58억원·참여자 400명 규모까지 커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2023년 12월31일 사업을 종료하고 이듬해부터 '장애유형 맞춤형 특화일자리'로 전환했다. 서울시는 운영실태 조사에서 참여자 직무활동의 50.4%가 집회·시위·캠페인 관련 활동으로 나타났다며 직무 편중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직무 인정 범위와 평가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애인단체는 권익옹호와 인식개선 캠페인도 정당한 노동이라며 복원을 요구해 왔다. 서울시의회가 9월 11일 복원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으나 서울시는 직무 기준 등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경기도는 2021년 '경기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도입한 뒤 규모를 키워왔다. 사업 첫해 수십 명 수준이던 참여자는 올해 880명이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전담인력 80명도 함께 고용돼 있다. 전국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에 몰려 있다. 서울시가 손을 뗀 뒤 경기도가 제도를 떠받쳐온 구조다.

올해 사업 예산은 약 127억원이다. 국비 지원 없이 전액 도비로 운영돼 도의 자체 재원 확보가 사업 지속을 직접 좌우한다. 국비 감소를 이유로 들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다만 예산 미반영 주장과 확정된 삭감은 구분해야 한다. 서 최고위원과 장애인단체는 편성 기초안에서 사업 항목이 빠졌다고 주장하지만, 경기도의 2027년도 본예산안은 아직 도의회에 정식 제출되지 않았다. 127억원도 올해 예산 규모이며 내년도 예산에서 같은 금액이 최종 삭감된 것은 아니다.

장애인 예산을 둘러싼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맞춤돌봄과 가족돌봄, 장애인 개인예산제, 자립생활정착금과 자립생활주택, 일자리, 직업재활시설 훈련, 장애인기회소득 등 다수 사업의 예산이 추가경정예산에서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경기도의 삭감 이후 고양시가 장애인 이동지원서비스를 축소하려 한다며 다른 시군으로 번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추 지사는 "장애인이동지원센터에 23억원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의원님께서 지적한 대로 여전히 예산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해당 예산의 칸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내년도 개선 계획을 세워 상임위에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추 지사는 별도로 답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추 지사는 "전반적으로 내년 가용재원이 올해의 3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에 우려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페이스북에서 밝힌 3조5000억원에서 2조원 감소라는 전망과는 수치에 차이가 있다. 산정 기준이 다를 수 있어 경기도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도 장애인 자립지원과 장애인 일자리 예산 127억원, 도비 100%가 빠져 있다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추 지사는 "세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도가 해야 될 광역 차원의 복지서비스 이런 것을 거의 못하게 될 정도"라고 답했다. 사업비를 편성하겠다는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부 의원은 5월 공약 발표 당시 선대위 대변인으로 현장에 함께 있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같은 요구가 나왔다. 김현덕 경기도의원은 23일 도의회에서 열린 ‘2026 경기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그동안 경기도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확대해 온 성과가 일시적인 사업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애인의 일할 권리가 예산이나 정책 여건에 따라 위축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운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경기지부가 주관하고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이 공동주최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23일 경기도청 앞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의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단체는 27일부터 도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23일 경기도청 앞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의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단체는 27일부터 도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앞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3일 경기도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장애인 권리예산은 시혜와 동정으로 구걸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필수 민생예산"이라고 밝혔다. 단체는 27일부터 도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등도 같은 날 도청 앞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인수기구가 안정화와 확대를 제안한 사업을 경기도가 내년도 재정운용에서 어떤 우선순위에 둘지가 남은 쟁점이다. 경기도는 11월 중 2027년도 본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하고, 도의회는 12월 심의·의결을 거쳐 예산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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