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부채가 있는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연간 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2009년부터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한 해 벌어들인 돈이 이자비용보다 5배 이상 많은 우량기업은 소폭 증가해 각 산업별 업황에 따라 양극화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42.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2.8%) 대비 0.1%포인트(p) 오른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이자보상비율이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비율로, 이 수치가 3년 연속 100%을 밑돌 경우 한계기업(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통계는 전체 98만2767개 기업 중 부채를 보유한 47만4800곳을 대상으로 추산된 결과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마이너스)인 기업 비중 역시 34.4%로 전년 대비 0.4%p 확대됐다. 이는 역대 누적 평균치(29.9%)를 4.5%p 가량 웃도는 수치다.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이라는 것은 연간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것을 넘어 기업을 운영할수록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이자보상비율이 500% 이상인 우량기업 비중도 29.5%로 전년(29.4%) 대비 소폭 확대됐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이자보상비율 평균치 역시 292.7%로 1년 전(244.1%)보다 50%p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매출액영업이익률 상승(4.6%→5.2%)에 기인했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
김단비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이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이자비용이 0인 기업 등 전체 기업을 함께 살펴보면 전년도보다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과장은 구간별 이자보상비율 격차 확대 흐름에 대해서도 "반도체와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이 뚜렷했다"면서 "(이번 통계엔 담겨있지 않으나)2026년엔 중소기업들도 수익성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양극화 심화로까지는 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은 둔화됐으나 수익성과 안정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증가율은 기업 규모·업종과 무관하게 2024년 3.7%에서 지난해 2.4%로 둔화했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코크스·석유정제품이 하락 전환했고 건설업황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다만 총자산증가율은 7.0%에서 7.1%로 소폭 상승했다. 수익성 지표인 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2%로 전년(4.6%)보다 올랐다. 특히 제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6%대(6.3%)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업 부채비율은 전년도 119.9%에서 116.2%로 개선됐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이번 통계에서는 반도체 대기업과 조선업종의 수익성 개선세가 두드러졌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제외하더라도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 등 지표 개선 방향성은 동일하게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출액 증가율의 경우 전자·통신·영상장비 업종에서 하락했는데 이 역시 실적 악화보다는 2023년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2024년)가 있었고 이번 역시 성장률이 높았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