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균형발전이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기관을 어디로 옮길지 논의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업무 효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직원들은 가족의 생활 기반을 옮기는 데 부담을 느낀다. 목표에 대한 동의가 방식에 대한 동의까지 뜻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의 집중을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은 일자리와 교육, 자산 증식에 대한 기대를 블랙홀처럼 끌어당긴다. 교육을 찾아 주거 수요가 몰리고 높은 집값은 교육과 자산의 격차를 키운다. 지방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청년이 떠난 지역은 기업과 생활 기반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서울의 과밀과 지방의 쇠퇴는 맞물린 문제다.
정부는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등 44곳, 공무원 약 1만명을 세종으로 옮기는 계획을 내놨다. 공공부문이 지역에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요를 만들면 민간의 투자와 정착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청사와 직원의 숫자를 옮기는 것만으로 효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1차 이전을 돌아봐야 한다. 세종에 부처가 모였어도 서울에 집과 가족을 두고 오가는 공무원들이 있다. 실·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국회 대응과 회의 때문에 서울로 향하고 실무자도 보고를 위해 뒤따른다. 청사는 세종에 있지만 주요 업무는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이를 개인의 정착 의지 부족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추진 중인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이 중요한 이유다. 실제 의사결정과 회의가 세종에서 이뤄져야 부처도 제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 건물만 마련하고 핵심 기능은 서울에 남겨둔다면 이동 비용과 행정의 비효율을 줄이기 어렵다. 기관의 주소와 국정 운영의 중심이 함께 움직이도록 이전 계획을 설계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 관련 공공기관의 서울 잔류 논리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시장과의 소통과 위기 대응은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와 국가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예산처도 세종에 있다. 시장 접근성만으로 금융기관 전체의 서울 잔류가 불가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상시 대면이 필요한 기능과 지역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구분해야 한다.
전국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국소비자원 본사는 충북 음성의 충북혁신도시에 있다. 소비자와 기업을 상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기관이 서울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전과 잔류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그 판단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과 민간기업의 입지 선택도 구분해야 한다. 기업에는 인력과 거래망, 투자 여건이 중요하다. 이동을 강요하기보다 지역에서도 사업할 만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에게도 배우자의 일자리와 자녀 교육, 의료·문화 기반이 필요하다. 가족이 함께 살 수 없는 이전은 주말마다 서울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하게 한다.
‘피크 코리아’의 천도론을 그대로 정답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서울 집중이 한국의 성장 가능성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질문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세종의 성장만으로 균형발전이 완성되지도 않는다. 다른 지역이 산업과 대학, 일자리를 키우도록 권한과 재원을 나누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2차 이전이 서울 일극체제를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래도 청사 이전을 넘어 의사결정과 생활의 중심까지 옮기는 진전을 기대한다.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로 몰지 말고 비용과 불편을 줄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처가 더 잘 일하고, 청년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고, 가족이 함께 정착한다면 균형발전에 대한 신뢰도 커질 것이다. 하려면 제대로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