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 키운다더니 기관은 뿔뿔이⋯서울·부산·세종 ‘엇박자’ [금융위 세종행 후폭풍 ②]

입력 2026-1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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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물적 인프라 치중한 금융중심지 정책 한계 진단
국제금융 경쟁력 변수⋯연내 전북 제3 금융중심지 심사도
“금융기관 이전보다 거래·인력·제도 생태계 먼저 갖춰야”

금융허브를 키우겠다면서 금융기관은 전국으로 흩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이 확정된 데 이어 금감원과 국책은행의 추가 지방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서울·부산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금융중심지 육성 전략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에 금융기관을 배치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금융 기능과 전문인력, 실제 거래가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지난 8월 마련한 제7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2026~2028)은 금융산업 혁신과 글로벌 금융인프라 구축, 자본시장 활성화, 금융중심지 지원 내실화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은 디지털금융 경쟁력을 높이고 부산은 금융인프라 확충과 지역산업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주목할 대목은 금융당국이 기존 정책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그동안 지역 금융중심지 육성이 공공기관 이전과 금융센터 건립 등 외형 확대에 치중하면서 실질적인 투자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은 2022년 168건에서 지난해 171건으로 3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도 최근 '신흥 국제금융센터 경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기관 유치와 입주공간 공급만으로는 금융중심지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관부터 유치한 뒤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외환·조세·행정 지원과 법률·회계 등 전문 서비스 기반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이 어디에 있느냐보다 실제 금융거래가 어디에서 이뤄지느냐는 얘기다.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집적 산업이다.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사는 물론 법률·회계·컨설팅·IT 기업과 전문인력, 투자자가 한곳에 모일수록 정보 교류와 거래 효율이 높아진다. 인수합병(M&A)이나 해외 프로젝트금융처럼 여러 참여자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업무일수록 이러한 집적 효과가 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관 분산 자체보다 긴밀히 협업해야 할 기능의 연결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며 "금융회사와 법률·회계·컨설팅 인력의 연결이 약해지면 거래·협의 비용이 늘고 정책 대응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기관 재배치 논의가 금융중심지 육성 전략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의 세종 이전에 국책은행의 추가 지방이전까지 현실화하면 금융정책은 세종, 자본시장과 민간 금융회사는 서울, 해양·파생금융은 부산을 중심으로 분산되는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지역별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으면 기관은 흩어지고 금융 기능의 연계성은 약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전북의 제3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여부도 연내 심의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외 금융기관 유치 가능성과 전문인력 확보 여건, 관련 산업 기반, 개발계획의 현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정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금융기관 유치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금융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금융중심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올해 하반기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7위, 부산은 22위로 나란히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2019년 하반기 36위에서 7년 만에 29계단 뛰어올랐다. 다만 서울의 평가점수는 752점으로 상하이(754점), 도쿄(753점), 선전(751점) 등 경쟁 도시와 불과 1~2점 차이다. 어렵게 끌어올린 국제금융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과 전문인력의 집적 효과를 훼손하지 않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균형발전을 위해 기관을 분산 배치하더라도 기존 금융중심지의 경쟁력과 시장 접근성을 유지할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기관만 옮기고 민간 금융회사와 전문인력, 실제 거래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금융허브 육성이 아닌 단순한 사무실 이전에 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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