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ETF 상장 일정 맞추려 심사 서둘러”
검사 처리기간 237일로 늘어⋯쇄신안 11월 제출 전망

금융권의 잇따른 해킹 사고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논란이 금융감독원의 감독 부실 책임론으로 번졌다. 사이버 위협을 사전에 경고하고도 개인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데다, 고위험 투자상품 심사에서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일정에 맞춰 절차를 서둘렀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다. 검사·제재 지연 문제까지 겹치며 금감원의 감독 기능 전반에 대한 개선 요구가 쏟아졌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금융당국의 사전 위험관리와 감독 기능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금융권 침해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원인 규명 등을 통해 보안상 허점을 신속하게 보완하겠다”며 “AI 기반 공격에 대한 AI 기반 방어 등 금융회사의 자체 보안역량 강화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IT 자산 식별·관리 강화와 모의해킹 확대, 보안 예산·인력 확충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감에서는 사전 경고와 후속 점검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이 지난달 9일 AI 기반 해킹 위험을 경고하고 금융보안원이 17일 AI 에이전트 공격 대응 교육까지 실시한 사실을 거론하며 “해킹 위험을 사전에 경고해 놓고 금융회사들이 실제 취약점을 발견하고 개선했는지 확인도 안 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 업무보고에 따르면 올해 2월 통합관제시스템(FIRST) 가동 이후 9월까지 금융권에 전파한 사이버 위협정보는 213건이다. 특히 8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공격자 인터넷주소(IP)와 외부접점 시스템 악용 사례 등 20건을 집중 안내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신한·KB국민·하나은행에서는 직원·대출모집인용 업무시스템 등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금융회사 555곳 중 130곳(23.4%)이 보안 관리 미흡 사항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32곳 중 6곳이 미흡 사항을 보고했다.
은행권의 보안투자 실적도 논란이 됐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의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은 67.0%로, 편성액 3198억4000만원 가운데 1054억1000만원이 집행되지 않았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5대 은행장들은 보안 강화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사고에 대해 사과했고,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보안 예산·인력 확충과 AI 기반 방어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추가적인 금전 피해가 발생하면 전액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정보유출이 확인되지 않은 은행들도 대응체계 강화 의지를 보였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하루 200건 이상의 해킹 시도가 있다며 “이번에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차세대 통합관제시스템을 올해와 내년에도 고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우리·농협은행의 보안체계가 실제 공격 방어에 효과가 있었는지 직접 점검할 계획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싸고는 금융당국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감독 기능을 충분히 수행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상장 일정에 맞추기 위해 증권신고서 심사를 서둘렀다고 인정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가 끝나기 전에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가 진행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런 사례가 처음인지를 묻자 이 원장은 “저희가 확인해보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심사를 서둘러 진행한 배경에 대해서는 “금융위에서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한 게 있다”며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와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는 별개 업무로, 반드시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금융위가 상품 상장 신청일인 5월 19일보다 앞선 15일에 상장 일정을 발표한 점도 지적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 상품은 5월 27일 상장됐다. 국감에서는 상품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보다 정책 일정이 우선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이 원장이 앞서 ETF 출시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감독당국이 개인의 판단이 아닌 제도적 절차를 통해 정책을 견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감독 집행 현장에서 유의 깊게 입장을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품 도입 과정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를 둘러싼 질의도 이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상품 출시 전 회의에서 투자 위험에 관해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추궁했다. 이 원장은 시장에 미칠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지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지적한 바 없다고 답했다.

금감원의 감독행정을 둘러싼 책임론도 제기됐다. 금융회사 검사·제재 처리기간이 장기화하면서 감독의 적시성과 금융회사의 권익 보호가 모두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의 평균 검사 처리기간은 올해 6월 기준 237일에 달했다. 2021~2023년 110일 수준이었던 처리기간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금감원 검사·제재 관련 규정상 표준 처리기간은 정기검사 180일, 수시검사 152일이다.
표준 처리기간을 초과해 금융위원회에 보고된 건수도 2021년 5건에서 지난해 366건으로 약 73배 증가했다. 올해 1~8월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회사 권익보호 신청도 78건에 달했다. 한 의원은 검사 처리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회사와 임직원이 장기간 불확실성과 부담을 안게 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금감원 쇄신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올해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면서 감독행정 개선을 요구했지만, 10월까지 쇄신안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금융위와 협의가 거의 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상태”라며 쇄신안 제출 시점에 대해서는 “11월 중에는 제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 지연 문제와 관련해서는 인력 부족을 비롯한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너무 지연되면 대상자나 일반 국민들의 수용성이나 체감도에 문제가 된다”며 검사 처리 절차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전사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