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잘 쓰는 임원보다 돈 버는 임원⋯재계 인사 평가 잣대 바뀐다 [재계 인사 셈법]

입력 2026-1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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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AX 평가 배점 최대 10배 확대
AI 도입 실적보다 생산성·비용 절감 중시
LG·SK, AI 투자 성과 사업화가 핵심 과제
기술 이해에 경영 능력 갖춘 인재 부상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I가 대기업 임원들의 성적표를 바꾸고 있다. AI 기술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입했는지를 넘어 실제 매출 확대와 비용 절감으로 연결했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면서다. AI 투자가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술 활용 능력과 사업 성과를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임원 목표관리(MBO) 평가에서 AI 전환(AX) 관련 항목의 비중을 대폭 높였다. 기존 2~5점 수준이던 'AX 역량 제고' 배점을 전 임원 공통 20점으로 확대했다. 기존 대비 최대 10배 높아진 것으로 연말 임원 인사와 성과급 평가에도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것은 평가 방식의 변화다. 단순히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거나 관련 교육을 이수했는지가 아니라 AI 도입으로 실제 업무시간을 얼마나 줄였고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AI를 활용해 절감한 업무량을 전일제 근로자 환산치(FTE) 등으로 정량화하는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 가령 기존에 여러 직원이 처리하던 반복 업무를 AI로 자동화했다면 절감된 업무시간을 수치로 환산해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다. AI 활용을 일회성 혁신 활동이 아닌 지속적인 조직 생산성 개선 과제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LG그룹에서도 AI 사업의 실행 성과가 중요한 경영 과제다. LG는 올해 사장단회의에서 3월 AX 실행력, 6월 연구개발(R&D) 경쟁력, 9월 투자 전략 고도화를 차례로 점검했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사장단회의에서 AI 핵심 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강조한 바 있다.

LG는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피지컬 AI,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을 구체화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AI 인프라 사업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글로벌 빅테크와 맺은 협력 관계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SK그룹 역시 AI와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면서 투자 효율성이 주요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생산능력 확보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등 관련 사업에 투입한 자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가 중요해졌다.

AI 시대의 임원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사업 분야의 전문성과 조직 운영 경험이 중시됐다면 앞으로는 AI 기술을 기존 사업과 결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AI를 생산공정에 적용해 불량률을 낮추거나 설비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영업과 마케팅 부문에서는 수요 예측 정확도와 고객 확보 비용, 연구개발 부문에서는 제품 개발기간 단축 등이 평가 지표가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AI를 잘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자 효과를 숫자로 증명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경영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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