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들이 약물 전달과 투여 방식을 개선할 기술 확보에 나서면서 바이오 플랫폼이 K바이오의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나의 기술을 여러 약물과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반복적인 기술이전과 상업화 이후 로열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여러 약물과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바이오 플랫폼 시장의 한 축인 글로벌 신약 개발 플랫폼 시장만 보더라도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34억달러(4조5700억원)에서 2033년 105억달러(14조13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플랫폼 기술의 반복 수출 성과가 두드러진 곳은 알테오젠이다. 정맥주사(IV)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로 바꾸는 ‘하이브로자임(ALT-4)’ 플랫폼을 보유한 알테오젠은 올해 GSK 자회사 테사로와 최대 2억8500만달러, 바이오젠과 최대 5억7900만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8월에는 비공개 글로벌 제약사와 최대 3억6500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고, 9월에는 노바티스와 복수 바이오의약품의 SC 제형 개발·상업화를 위한 옵션·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티스 계약은 모든 옵션이 행사되고 개발·상업화 단계별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32억23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다.
플랫폼의 사업성은 실제 제품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ALT-B4를 적용한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면서 상업화 사례를 확보했다. MSD와의 계약에 따라 알테오젠은 판매·누적 매출 조건에 따른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으며, 이후 순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기대할 수 있다.
약물 전달 외 분야에서도 기술수출이 이어졌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기 어려운 약물을 뇌로 전달하는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개발해 2025년 GSK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계약을 맺었다. 단계별 마일스톤 등을 포함한 최대 계약 규모는 4조1000억원이다. 알지노믹스는 RNA 편집 플랫폼으로 2025년 일라이릴리와 유전성 난청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계약을 체결했다. 릴리가 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계약 규모는 13억달러(1조9000억원) 이상이며, 제품 판매 로열티는 별도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분야도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약물을 미립구에 담아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하는 ‘이노램프’ 기술로 베링거인겔하임과 제형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6년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 기술을 활용한 장기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 후보물질의 라이선스 권리를 확보하고 공동 개발에 나섰다.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플랫폼 기술은 계약 이후 임상·허가를 통과하고 제품 출시와 후속 수익으로 이어져야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다. 여러 약물과 적응증에서 기술의 재현성을 확보하는 일도 과제다. 기술수출 규모를 넘어 상업화와 후속 계약으로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K바이오 플랫폼의 지속 성장과 시장 선점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