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ㆍ테슬라까지 '중국산 카드'⋯메모리 가격 협상력 빅테크로 기우나 [메모리 패권, 가격전쟁의 서막]

입력 2026-1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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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중국산 메모리 도입 가능성 공개 시사
머스크, 메모리 가격 비판하며 중국 생산 확대 거론
공급망 다변화 압박…장기계약 가격 협상 변수 부상
삼성·SK, 공급 부족 속 가격 결정권 방어 시험대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업체와 수요업체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자 애플과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새로운 공급 대안으로 거론하면서다. 실제 중국산 제품을 채택하지 않더라도 대체 공급망 확보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기존 공급업체를 압박하는 협상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제약을 심각한 위기로 규정하며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메모리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미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제품을 시험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국산 메모리 사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애플은 행정부 관계자들과 관련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애플 집행의장도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를 실제 공급망에 편입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새로운 공급처를 검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존 제조업체와의 협상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머스크는 최근 마이크론의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다른 업체들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2028년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머스크가 특정 업체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공급업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으로 주요 제조업체들이 고부가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범용 D램까지 공급 부족이 심화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강해진 가운데 자율주행과 로봇,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는 빅테크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안정적인 물량 확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빅테크가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면 계약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 중국산 메모리가 글로벌 빅테크의 조달 대상에 포함될 경우 기존 제조업체는 가격 인상 폭뿐 아니라 공급 기간과 최소 구매 물량 등에서도 고객사의 요구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중국 업체가 전체 메모리 수요를 충족할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추지 않더라도 일부 물량을 대체할 가능성도 크다. 고객사가 기존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더라도 특정 공급사의 제품만 사용해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면 가격 협상 여지가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급 부족기에 확보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핵심 고객사와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기술력과 생산능력뿐 아니라 고객사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과 공급 조건을 제시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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