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을 바쳐 회사를 일군 창업자가 자녀 중 한 명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로 했다. 그 자녀는 오랫동안 회사에서 근무하며 경영에 참여했고, 다른 자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생활해 왔다. 창업자는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후계자에게 대부분의 주식을 증여했다. 그런데 창업자가 사망한 후 다른 자녀들이 유류분을 청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면 특정 자녀에게 지분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반면 다른 자녀들은 법률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상속재산을 요구할 수 있다. 가업승계와 유류분이 충돌하는 이유다.
우리 민법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언으로 처분하더라도 일정한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재산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다. 자녀와 배우자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없고 자녀가 세 명인 창업자가 30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모두 장남에게 증여한 뒤 사망했다고 가정해 보자. 다른 재산이나 채무가 없고 특별한 조정 사유도 없다면 나머지 두 자녀는 각각 50억원의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 문제는 장남이 3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유류분을 지급할 현금은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상장회사 주식은 시장에서 쉽게 처분하기 어렵다. 유류분을 지급하기 위해 거액의 대출을 받거나 주식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면 회사의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가족 간의 상속분쟁이 기업의 존속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2024년 헌법재판소의 유류분 관련 결정 이후, 올해 3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먼저 유류분 반환방식이 달라졌다. 종전에는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면 증여받은 재산 자체를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회사 주식을 증여받은 경우에도 그 일부를 다른 상속인에게 이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 민법은 재산 자체가 아니라 그 가액을 금전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유류분 분쟁으로 회사 주식이 여러 상속인에게 분산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이것만으로 가업승계의 어려움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식 자체를 반환하지 않더라도 거액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주식의 평가액은 수백억원이지만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피상속인에게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에 대한 보상적 증여를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개정 민법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에게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나 유증은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재산은 그 범위에서 유류분 반환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이는 가업승계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후계자가 오랫동안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특별히 기여했고, 창업자가 그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주식을 증여했다면 이를 단순히 상속재산을 미리 받은 것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분쟁의 가능성도 있다. 후계자가 회사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한 기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증여가 실제로 그 기여에 대한 보상이었는지, 보상의 범위는 적정한지 등을 따져야 한다. 결국 기업의 성장에 대한 후계자의 기여를 어떻게 입증하고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물론 가업승계를 이유로 다른 상속인들의 권리를 무조건 제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창업자가 특정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자녀들의 정당한 상속권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유류분 제도가 추구하는 상속인 사이의 최소한의 공평 역시 존중돼야 한다.
결국 가업승계는 창업자가 사망한 후의 상속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생전에 후계자의 기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대한 보상과 경영권 승계의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른 상속인들의 권리를 고려하면서 유류분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업승계는 단순히 부모의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기업의 가치와 경영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과정이다.
이번 민법 개정은 기업의 경영권 보호와 상속의 공평을 조화시키기 위한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법 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업을 지키는 것과 다른 상속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두 가치를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성공적인 가업승계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