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 체계 필요하지만 대기업 참가 제한
9년 전 도입된 중소기업 보호제도가 족쇄

우리 군(軍)이 ‘드론 전력화’에 속도를 내며 관련 예산이 1년 새 56배 가까이 폭증했지만, 9년 전의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변화된 안보 환경과 대규모 군수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소기업 보호 위주의 조달 체계가 유지되면서, ‘물량전’으로 바뀐 전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본지가 국군재정관리단 입찰공고을 분석한 결과 올해 군 교육용 상용드론 도입 사업 예산은 295억 7760만원으로 지난해(5억 3014만원) 대비 55.8배 급증했다. 하지만 입찰 자격은 여전히 중소기업에만 빗장을 열어둔 상태다.
올해 도입 물량은 총 1만1376대에 달한다. 3개 업체가 각각 3792대씩 나눠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판이 커졌다. 하지만 입찰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면서 드론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보유한 업체로 자격이 엄격히 제한됐다. 올해 공동계약이 허용되긴 했으나, 중소기업 중심의 참여 틀 자체는 빗장이 풀리지 않았다.
국방부는 현행 법령과 주무 부처의 유권해석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업 착수에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에 질의한 결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25kg 미만 소형 드론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로 조달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정부 지침에 따라 중소기업 한정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진입 규제는 2017년 정부가 국내 중소 드론 업체의 판로를 보호하고 초기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드론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 데 기인한다. 당시에는 국내 드론 생태계의 토대가 취약해 공공조달 시장의 마중물이 절실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9년이 지난 지금, 군의 드론 운용 환경은 당시와 판이하다. 군은 이른바 ‘50만 드론전사 육성’을 기치로 내걸었고, 교육용 드론 조달 물량 역시 연간 1만대를 웃돌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저가 드론의 대량 투입과 전장 환경에 맞춘 신속한 개량이 곧 승패를 가르는 잣대임을 증명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보호라는 기존 정책 목표와 대규모 생산 기반 확보라는 새로운 국방 수요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 쟁점은 현행 입찰 제한의 위법성 여부가 아니라, 급변한 군 수요에 현행 조달 체계가 발맞추고 있는지에 있다. 산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판로를 일정 부분 보호하는 동시에, 대기업의 탄탄한 자본력과 양산 설비를 결합할 수 있는 공동생산 체계 도입이나 군용 드론 특화 조달 제도의 신설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통한 생산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일부 문호는 대기업에도 개방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역시 향후 제도 개선의 여지를 열어뒀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 정책 방향과 전력 획득 여건의 변화 등을 면밀히 고려해 최적의 사업 추진 방식을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