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중심 조달에 설비투자 한계
드론 핵심부품 국산화도 숙제

국내 드론 제조업체는 약 600곳에 달하지만, 전시 상황에서 수만대의 드론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양산 기반은 사실상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드론 시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늘었지만 이를 안정적인 대량생산으로 연결할 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산업의 경쟁력은 개별 기체의 성능뿐 아니라 저렴한 드론을 대량생산하고 전장 데이터를 반영해 빠르게 개량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성능 무기체계 한 대를 오랫동안 운용하는 전통적인 방산 방식과 달리 소모성 드론을 수천∼수만대 단위로 지속 공급하는 제조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전장에서 드론의 소모는 빠르게 이뤄진다. 이에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고 성능 개선 사항을 곧바로 양산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드론 제조업체 대부분은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규모 주문을 감당할 자본과 생산설비, 부품 구매력을 갖춘 이른바 ‘앵커기업’은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국방부가 올해 교육용 상용드론 1만1376대를 도입하면서 국방사업 최초로 복수낙찰제를 도입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군은 한 업체에 전체 물량을 맡기는 대신 3개 업체를 선정해 각각 3792대씩 공급하도록 했다.
국방부가 해당 선정 업체들의 기술 수준과 생산능력을 검증했겠지만, 대규모 물량을 여러 업체에 분산하는 조달 방식은 국내 드론산업의 대량 양산 기반을 점검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기일 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은 “소규모 업체가 수천에서 수만대 규모의 드론을 안정적으로 제작해 공급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대규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는 구조가 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는 대기업이 대규모 생산설비에 투자하고 중소기업이 부품 공급망에 참여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반면 드론산업은 중소기업 중심의 공공조달 체계에 더해 불규칙한 발주, 장기간 소요되는 인증 및 시험평가 절차 등으로 대규모 양산라인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구매 물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설비와 인력을 미리 확충하기 부담스럽다. 일회성 수주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질 경우 생산능력을 지속해서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핵심부품 공급망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비행제어기와 배터리, 모터제어기, 위성항법장치(GPS), 카메라 등은 드론의 성능과 생산 안정성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이다. 완제품을 국내에서 조립하더라도 주요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으면 유사시 공급망 차질로 대량생산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드론산업이 시제품 개발 중심에서 벗어나려면 R&D와 실증, 군의 반복구매, 양산, 수출을 하나의 산업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산 드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사시 수만대를 즉각 생산하고 지속 개량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