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시간 못 잔 몸으로 인터뷰에 나선 배우 이준혁. 그는 빵 한 조각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몸을 관리하는 와중에도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공은태를 떠나보내는 자리였지만, 배우 이준혁의 일은 여전히 바쁘게 이어지고 있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준혁은 일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작품을 향한 애정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과정의 어려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재밌는 건 잘 모르겠다”며 “하면 할수록 고통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는 게임에 빗대 설명했다. 난도가 올라가면 화가 나면서도 결국 다시 도전하게 되는 게임처럼, 자신도 일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혁은 “재밌는 건 모르겠으나 몰입은 확실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칭찬할 만한 점을 묻자 돌아온 답에서는 그가 배우로서 쌓아온 시간이 짐작됐다. 평소 자신을 자학하는 편이라는 그는 “엄청난 업무량, 이거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을 어디에 썼는지는 분명히 보일 것이라며 “‘저 사람이 이 업계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이준혁에게 공은태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 인물이었다. 캐릭터의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모습을 인물 안에 담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거의 다 캐릭터가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런데 공은태를 연기할 때는 처음으로 ‘저’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전 작품에서는 장면을 적극적으로 채우거나 과장된 표현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중심을 잡고 동료들의 연기에 섬세하게 리듬을 맞췄다. 상대의 미세한 반응을 읽고 호흡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도 느꼈다.
표현을 덜어낸 만큼 집중력은 더 필요했다. 긴 업무 대사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면서 상대의 작은 반응도 놓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사를 외우는 것보다도 긴 대사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오히려 집중도는 굉장히 높아야 했다”고 말했다.
공은태가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했다. 그래서 작은 틈이 생기면 한 박자라도 코미디의 리듬을 넣으려 했다. 감독과 배우, 카메라가 세밀하게 호흡하며 만든 장면들은 그에게 작은 핑퐁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모습을 담았지만, 공은태에게 배우고 싶은 점도 있었다. 이준혁이 본 공은태는 자신보다 덤덤하게 상황을 견디는 사람이었다. 이준혁은 이겨내고 싶지만 지치거나 체력적으로 힘들 때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공은태와 달리 이준혁은 체중에 따라 자신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도 체감한다고 했다. 체중이 늘면 긍정적이고 밝아지는 반면, 감량하면 기분과 활력이 가라앉는다는 설명이다. 공은태가 자신보다 잘 먹고 체력도 좋다는 말에는 배우로서 몸을 관리해야 하는 현실이 묻어났다.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고민도 많았다. 이준혁은 공은태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설정은 덜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적인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은태를 좀 더 유니섹스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의견을 듣고 빠르게 반영해준 윤영빈 감독의 작업 방식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은태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촬영 중에는 실제로 매주 로또를 샀다. 이준혁은 “촬영 중에 정말로 로또에 당첨되면 얼마나 재밌는 기사가 나올까 생각했다”며 웃었다. 1등에 당첨됐다면 공개하고 기부했을 것 같다는 그는, 5000원에 당첨된 적은 있다며 “그 돈은 기부하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준혁이 이번 작품에서 바란 성과는 자신만을 향하지 않았다. 그는 “이 작품은 나를 통해서 주변 배우들이 주목받았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함께한 배우들이 광고를 찍고 더 많은 기회를 얻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그 마음의 바탕에는 조연으로 쌓아온 시간이 있었다. 그는 “저도 조연을 많이 했고, 대부분이 조연이었다”며 자신이 주인공을 맡았을 때 주변 인물들도 함께 주목받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동료들은 그의 작은 움직임에 맞춰 장면을 채워줬다. 자신을 받쳐주는 배우들의 에너지는 오히려 주인공으로서의 위치를 실감하게 했다. 이준혁은 “이렇게 대단한 배우들이 나를 서포트해주는 것에 가장 감동을 느꼈다”며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시청자 반응을 찾아볼 때도 자신의 연기보다 동료들을 향한 반응을 먼저 살폈다고 한다.
시청자들이 각자의 경험으로 작품에 답한 것도 뜻깊었다. 이준혁은 “이번 작품은 유독 댓글들이 배우 개인보다 캐릭터에게 달린 것 같다”며 “그리고 이후에 본인 이야기를 하시더라”고 전했다. 등장인물에 대한 감상이 시청자 자신의 직장 생활과 삶의 이야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작품의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도 수치에만 머물지 않았다. 시청률이 현실적인 기준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각 작품이 도전한 지점을 얼마나 달성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각 작품마다 도전하는 포인트를 잘 달성하면 좋은 작품인 것 같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작 종영을 맞은 자신의 감정은 쉽게 설명하지 못했다. 다른 작품을 촬영하느라 정신없이 지냈고, 전날 열린 종영 모임에서도 동료들에게 “이럴 때 무슨 감정 느껴야 하지?”라고 물었다고 했다. 대신 작품을 애정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도 좋은 시간이었음을 느꼈다.
작품을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었다. 낯을 많이 가린다는 그는 친한 친구들이 육아로 바빠 자신의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며 웃었다. 반면 작품을 세세하게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눠주는 사람들과는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준혁은 “이제 친구라는 개념과 관계가 바뀌는 것 같다”며 “친구들보다 이 업계 쪽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친구들의 일상이 부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가정을 이루고 힐링하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작품을 통해 관객과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개인의 변신일 수도, 작품 자체의 변신일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준혁은 “100점은 아닐 수 있어도 조금이라도 세상에 없는 이야기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한 작품을 마친 감정을 돌아볼 틈도 없이 차기작인 SBS 드라마 ‘각성’을 준비하는 그에게서는 공은태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렇게 자신의 몫을 해내면서도 그는 동료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함께한 배우가 상을 받고 스타가 된 뒤 밥 한 끼를 사주는 날을 상상하며 이준혁은 “그럼 눈물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은태를 떠나 다시 다음 작품으로 향하는 그는, 함께 고생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