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등 7곳은 올해 정보보호 예산 축소

전산장애가 잦은 금융사 20곳이 지난해 편성한 정보보호 예산의 30% 이상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권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금융사는 올해 보안 예산마저 줄여 보안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산장애 발생 횟수 상위 20개 금융사의 지난해 정보보호 예산은 총 4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3050억3000만원으로 집행률은 69.6%에 그쳤다.
금융사별로는 우리은행의 집행률이 53.8%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 정보보호 예산 786억5900만원 중 423억2700만원만 집행했다. 최근 AI 에이전트 해킹 사고로 정보 유출이 확인된 KB국민은행도 676억1300만원 중 392억9700만원을 집행해 집행률이 58.1%에 머물렀다. 한화생명보험(58.1%)과 수협은행(60.7%)도 상대적으로 낮은 집행률을 보였다.
보안 예산을 충분히 집행하지 않은 데 이어 올해 편성 규모를 줄인 금융사도 적지 않았다. 전산장애 발생 상위 20개 금융사 가운데 7곳은 올해 정보보호 예산을 지난해보다 축소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정보보호 예산은 615억6600만원으로, 지난해(786억5900만원)보다 21.7% 줄었다. 한국씨티은행도 같은 기간 88억9900만원에서 72억9700만원으로 18.0% 줄였고, 신한은행은 452억9400만원에서 405억9100만원으로 10.4% 축소했다.
이 밖에 한화생명보험(-2.8%), 한국산업은행(-2.2%), 케이뱅크(-1.7%),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0.9%)도 올해 정보보호 예산을 지난해보다 줄였다.
금융권은 고객의 개인정보와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만큼 전산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 수준이 중요하다. 그러나 전산장애가 빈번한 금융사들이 보안 예산을 충분히 집행하지 않고 일부는 예산까지 축소하면서 보안 투자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훈 의원은 "보안투자 부실은 경영 효율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없으며 금융시스템 신뢰의 문제"라면서 "당국도 사고가 터질 때마다 뒷북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보안투자 실태를 전면 점검하고 부실이 확인된 곳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