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침범 사고 후 사망한 버스기사…法 “업무상 재해”

입력 2026-10-0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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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중앙선 침범은 범죄’…유족급여·장례비 지급 거부
법원 “난폭운전 정황 없어…통상적인 운전 업무 위험”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버스가 정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버스가 정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근로복지공단이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사고라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버스 기사의 사망 사고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최근 숨진 버스 기사 A 씨의 아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단이 지난해 6월 내린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

A 씨는 2024년 6월부터 경기 이천의 한 버스회사 영업소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근무했다. A 씨는 같은 해 9월 25일 오후 8시께 버스를 몰고 이천시 증포교차로를 지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승합차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A 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경추 골절 및 경부척수 손상에 대한 수술을 받은 뒤 인공호흡기 치료 등 집중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상태가 악화해 이듬해 2월 폐렴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A 씨의 유족은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 씨의 중앙선 침범이라는 ‘범죄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 등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번 사고가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안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A 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A 씨가 음주 상태였거나 교통신호를 위반한 정황이 없고, 중앙선을 침범한 원인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고 당시 버스 속도 역시 제한속도인 시속 50㎞를 약간 웃도는 시속 51~60㎞로 추정됐다. 재판부는 A 씨가 무리하게 운전하다 중앙선을 침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고 볼만한 정황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의 배제요건인 ‘범죄행위’는 통상적인 업무에 수반되는 위험을 현저히 벗어나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을 부정할 정도의 범죄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의 중앙선 침범으로 인하여 발생했다는 사정만을 들어 망인의 사망을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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