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의 경제적 영향 잠정치를 공개했다.
협정이 발효되면 향후 15년간 농업 생산액이 연평균 7100억원, 수산업 817억원, 임업 606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림수산업 전체로는 해마다 평균 8523억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매년 그만큼 더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라,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한 연평균 생산 감소 추정치다.
정부 스스로 시장개방의 부담이 어디에 집중되는지 숫자로 확인한 셈이다.
생산액 감소분이 곧바로 농가의 소득 감소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이 커지면 산지 가격과 판로가 흔들릴 수 있다.
한 번 재배를 포기한 농가가 다시 생산기반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산업 전체의 이익을 내세워 농촌에 집중되는 부담을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국을 하나로 묶은 숫자만으로는 농민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내 작물은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우리 지역의 농업과 수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피해를 본다면 누가, 어떤 기준으로 보전할 것인지, 정부의 이번 발표에는 그 답이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과실, 축산, 채소, 식량작물 등의 순으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검역 때문에 현재 수입이 제한된 사과·배·복숭아도 언급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품목별 생산감소액과 분석에 적용한 관세·검역에 대한 전제를 공개해야 한다.
검역 조건이 실제로 어떻게 바뀔지는 앞으로의 협상에 달려 있다.
그래서 더욱 어떤 개방을 기준으로 가정해 7100억원을 산출했는지 농민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전남 광주의 농민들은 지난 9월 10일 농민의 동의 없는 CPTPP 가입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우리 전남 광주통합특별시의회 농수산위원회도 정부에 지역·품목별 자료 공개와 실효성 있는 피해대책, 농어업인의 실질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그 목소리에 대한 답이 되려면 전국 평균 뒤에 가려진 지역별 영향을 밝혀야 한다.
생산이 집중된 농촌과 어촌에 충격이 얼마나 쏠리는지도 살펴야 한다.
정부는 아직 가입을 결정하지 않았고 현장 의견을 듣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료를 충분히 공개하고, 농민의 의견이 가입여부와 협상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절차를 보여줘야 한다.
간담회에서 의견을 받아 적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떤 요구를 받아들였고 어떤 요구는 왜 반영하지 않았는지 공개해야 한다.
과거 자유무역협정의 피해대책을 두고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농민단체의 지적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원 규모를 말하기 전에 대상, 재원, 지급 기준과 이행 일정을 분명히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전남 광주통합특별시도 정부의 발표만 기다릴 일이 아니다.
지역의 주요 품목과 농어가 현황을 토대로 영향을 따지고, 생산자 단체의 의견을 모아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필자 또한 의회 차원에서 정부의 분석 근거와 시의 대응을 끝까지 확인할 것이다.
수출확대로 인한 경제성장의 기대를 말하려면 그 부담을 떠안을 농민에게 응당 먼저 답해야 한다.
몇조원의 이득에 눈이 멀어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농민이 계속 농사지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책임 있는 통상정책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