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4분기 메모리 가격의 두 자릿수 추가 상승에 이어 2027년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까지 본격적으로 오르면서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가속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최선호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시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5년에는 HBM, 2026년에는 범용 메모리가 성장을 주도했다면 2027년에는 HBM과 범용 메모리의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전방위적 성장 국면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15%, 낸드 가격은 15~20%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서버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중심으로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추론 수요 증가로 SSD 비트 수요도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KB증권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2027년 HBM으로 본격 확산될 것으로 봤다. 마이크론은 2027년 HBM 공급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은 통상 1년 단위의 장기 고정가격 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에 그동안 범용 D램의 빠른 가격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27년 계약부터는 높아진 메모리 가격과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HBM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 본부장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HBM까지 확산되면 내년부터는 단순 가격 상승을 넘어 출하량까지 함께 증가하는 구간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수급 상황은 올해보다 더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Astra), 구글 제미나이4 아르곤(Argon) 등 프론티어 AI 모델은 에이전트 인공지능(Agentic AI)과 범용인공지능(AGI)을 중심으로 성능 상단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고효율 AI 모델은 낮은 추론 비용을 바탕으로 AI 서비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신규 사용자와 사용 빈도를 빠르게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고성능 모델의 고도화와 효율형 모델의 대중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토큰당 가격은 낮아지지만 전체 토큰 사용량과 AI 연산량은 오히려 구조적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 확대 속도는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7년과 2028년 메모리 수급이 2026년보다 한층 더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클린룸과 팹(Fab)을 증설하는 데 3년 이상이 걸리는 반면, 기존 생산능력도 HBM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어 범용 D램과 낸드의 공급 증가 여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7년 메모리 시장은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강한 상승 사이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2027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을 4.1배, SK하이닉스는 3.8배 수준으로 추정했다. 김 본부장은 “4분기 메모리 가격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두 자릿수 상승을 이어가고, 2027년에는 HBM 가격까지 본격적으로 오를 전망”이라며 “2027~2028년 공급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황은 이제 상승 사이클의 가속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