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곡소각장부터 항만공사 통합·가덕신공항까지…첫 만남부터 각자 다른 해법

전재수 부산시장과 부산 여야 정치권이 민선 9기 출범 이후 처음 한자리에 앉았다.
사진 속 세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부산 발전을 위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하지만 테이블에 올라온 현안들은 달랐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가덕도신공항, 항만공사 통합, 통합 LCC 본사 유치, 생곡소각장 등 굵직한 현안마다 부산시와 여야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3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첫 ‘부산 발전 여·야·정 회의’다.
전 시장은 모두발언에서 부산의 주요 현안을 나열하며 여야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과 가덕도신공항 적기 개항, 경부선 철도 지하화,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등이 부산시가 제시한 주요 과제다. 국립 양자혁신센터와 블록체인 창의지구, 차세대 전력반도체 생산 플랫폼 등 내년도 국비 확보 사업에도 여야가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전 시장이 작심한 듯 꺼내든 현안이 있었다.
생곡소각장이다.
전 시장은 “생곡소각장 문제는 사실 기가 안 찬다”며 “10년 동안 법이 요구하는 행정절차에 따라 진행돼 온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미 1000억원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됐고 생곡 주민들과의 합의를 거쳐 이주율도 82%를 넘겼다는 게 전 시장의 설명이다.
그는 “원점 재검토하고 대체 부지를 찾으라고 하면 시민 세금은 어떻게 하고, 명지소각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에코델타시티를 향한 메시지는 더 직접적이었다.
전 시장은 30만㎡ 이상 택지를 개발하는 신도시는 자체 소각시설을 갖춰야 한다며, 에코델타시티에 들어서야 할 소각장을 생곡으로 옮긴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생곡 사업이 무산되면 에코델타시티 안에 소각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생곡소각장을 둘러싼 주민 반발과 지역 정치권의 재검토 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런데 이성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회의 후 전혀 다른 지점을 짚었다.
사업의 찬반보다 ‘갈등관리’였다.
이 위원장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시장님께 갈등관리에 대한 컨트롤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생곡의 문제의 경우 민주당 강서구 정치인들과도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생곡은 우리가 준비한 메인 의제가 아니라서 크게 말을 나누지는 않았다”면서도 “민주당 내부적인 입장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가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전 시장이 행정의 연속성과 사업 추진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면, 이 위원장은 추진 과정에서의 정치적 조율과 갈등관리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차이는 생곡소각장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위원장은 이날 항만공사 통합과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부산 이전, 통합 LCC 본사 부산 이전, 사직야구장 재건축 등을 주요 현안으로 제시하며 부산시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특히 항만공사 통합에 대해서는 정부안이 나오기 전에 부산시가 먼저 대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시장은 이에 대해 정부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이 먼저 찬반을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산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통합의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홍배 부산시당위원장은 상대적으로 협력에 무게를 실었다.
북항 재개발과 북항 돔 아레나, 2028년 유엔 해양총회,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을 제안하며 국비 확보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부산 발전 앞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도 냈다.
결국 이날 회의는 협치의 출발점인 동시에 부산 현안을 둘러싼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국비 확보와 부산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는 손을 맞잡았지만, 막상 구체적인 현안으로 들어가자 해법은 달랐다.
특히 생곡소각장은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부산시와 주민·지역 정치권과의 조율을 강조하는 야당 사이의 간극을 그대로 드러냈다.
첫 만남에서 확인된 것은 ‘여야가 함께한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부산의 현안을 어디까지 하나의 의제로 묶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여야정 협의회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