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미국 AI 인프라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메모리 공급사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최상단에 직접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전략적 가치도 재평가될 것이란 전망이다.
30일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관계사와 함께 미국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Helix)에 총 10억달러를 투자한다. 삼성전자가 5억달러, 나머지 관계사 5곳이 합산 5억달러를 투입한다.
올해 6월 출범한 헬릭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 출신 아담 셀립스키가 이끄는 AI 인프라 기업이다. 하이퍼스케일러 데이터센터 운영부터 송배전, 네트워크 인프라까지 통합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전력업체 비스트라(Vistra), 쿠웨이트 국부펀드 쿠웨이트투자청(KIA)과 함께 창립 투자자로 참여한다.
KB증권은 이번 투자를 단순한 재무적 지분투자 이상의 행보로 평가했다. AI 데이터센터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 기업에 직접 투자하면서 삼성전자가 AI 수요의 최상단에 진입했다는 이유에서다.
메모리 업황도 삼성전자에 우호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각각 전분기 대비 15~20% 상승하고, 2027년 1분기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내년 상반기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올해 4분기보다 높은 가격을 내년 1분기 협상에서 제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D램 가격 상승세가 기존 시장 예상보다 강하고 오래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가격 결정 구조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KB증권은 최근 대만 PC 업체 에이서(Acer)가 내놓은 낙관적인 메모리 수급 전망에도 선을 그었다. 에이서 CEO는 D램 공급량 증가를 근거로 DDR4와 DDR5의 실질적인 공급 부족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지만, 이는 델·HP·레노버 등 글로벌 주요 PC 업체 경영진이 제시한 메모리 공급 부족 전망과 상반된다는 설명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D램 3사의 생산능력이 2028년까지 사실상 '솔드아웃'된 상황에 주목했다. 공급 확대가 제한된 상황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면 메모리 시장의 가격 결정력이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더욱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의 핵심 자산으로 메모리의 희소성과 전략적 중요성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전략적 가치 역시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