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투자증권은 30일 K뷰티가 신규 국가와 소비자를 확보하는 시장점유율 경쟁을 넘어 기존 소비자의 지출을 더 많이 가져가는 ‘월렛 셰어(Wallet Share·지갑점유율)’ 확대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국가·유통채널 확대와 카테고리 다각화가 성장을 이어갈 핵심 축으로 꼽혔다. 최선호주로 코스맥스, 차선호주로 달바글로벌을 제시했다. 코스맥스는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28만원에서 33만원으로 상향했으며, 달바글로벌은 ‘매수’를 유지하되 목표주가는 32만원에서 28만원으로 하향했다.
이날 유진투자증권 ‘화장품-당신의 지갑을 뺏겠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책임판매업체가 3만개까지 늘고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하는 등 공급 과잉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수출 대상국도 202개국까지 확대됐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를 K뷰티 시장이 포화된 것이 아니라 수요 저변 자체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초기에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새로운 국가와 소비자를 확보했다면 이제는 이미 확보한 소비자가 더 자주, 더 많은 종류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별 수출 구조도 다변화됐다. 현재 K뷰티 수출 비중은 중화권 23%, 미국 20%, 유럽 24%, 동남아 10%, 일본 7% 수준이다.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구권 비중이 중화권을 넘어섰다.
특히 차기 성장 지역으로 유럽을 꼽았다.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139억달러, 유럽 주요 5개국은 약 768억달러로 미국의 67% 수준이다. 세포라와 얼타 등 미국에서 K뷰티 브랜드가 이미 거래하고 있는 유통기업이 유럽에도 매장망을 보유하고 있어 기존 유통 관계를 활용한 진출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확장 여부도 브랜드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봤다. 아마존과 틱톡에서 인기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세포라와 얼타,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매대에서 재구매와 상품 회전율을 유지해야 장기적인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 연령층도 넓어지고 있다. 기존 K뷰티가 아마존과 틱톡숍, 얼타를 중심으로 10~20대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CVS와 월마트, 코스트코 등 30~50대의 생활 동선에 위치한 채널까지 진입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오프라인 전 연령층까지 확보한 브랜드와 온라인에 머무는 브랜드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카테고리 확대도 두 번째 성장축으로 꼽았다. 기존 화장품 시장 규모가 ‘소비자 수×평균판매가격(ASP)’으로 결정됐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구매 빈도와 구매 상품 수까지 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클렌저와 마스크, 토너, 세럼, 크림·선크림을 넘어 뷰티기기와 메이크업, 헤어, 향수 등으로 소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K뷰티가 기존 프레스티지 화장품의 점유율을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수요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촉촉하고 발림성이 좋은 자외선 차단제나 토너와 화장솜을 결합한 토너패드처럼 기존 현지 시장에서 활성화되지 않았던 제품군이 대표적이다.
브랜드 경쟁에서는 단기 성장률보다 생존 기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럴 단계에서는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비가 매출에 비례해 증가하지만 재구매 단계에 진입하면 기존 고객 매출 비중이 높아져 광고비 부담이 낮아지고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반대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는 브랜드 공급 증가가 오히려 기회라고 분석했다. 신규 브랜드와 상품 수가 늘수록 제품 개발과 생산을 맡길 고객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코스맥스의 매출 상위 20개 고객 중 인디 브랜드 비중은 2021년 40%에서 지난해 65%로 상승했고, 한국콜마는 70%에 달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베모트리지놀을 일반의약품(OTC) 선스크린 허용 성분으로 추가한 점도 국내 ODM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새 자외선 차단 원료를 백탁이나 끈적임 없이 안정적인 제형으로 구현하는 기술력이 중요해지면서 처방과 제형 지식재산권(IP)을 축적한 업체의 수주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코스맥스는 고객군 확대와 높은 가동률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투자 포인트로 제시했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6% 증가한 7824억원, 영업이익은 66.7% 늘어난 712억원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률은 9.1%로 예상했다.
한국콜마도 베모트리지놀 수혜 가능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18만원으로 상향했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83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0%, 영업이익은 953억원으로 63.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달바글로벌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미스트 이외 제품의 판매가 확대되면서 두 번째 성장축이 확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5% 증가한 1742억원, 영업이익은 86.7% 늘어난 311억원으로 예상했다. 다만 목표주가는 괴리율을 반영해 32만원에서 28만원으로 낮췄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ODM은 K뷰티 시장 확대에 따른 물량 성장에, 브랜드는 K뷰티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베팅하는 구조”라며 “K뷰티의 승자는 가장 많이 파는 회사가 아니라 가장 오래 파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