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중국 바이오기업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라이선스 계약 대부분을 대중국 투자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미국의 중국 견제로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중국 기업과 기술수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재무부는 자국 기업의 중국 바이오 분야 투자를 규율하기 위한 세부 규정을 마련 중이다. 미국 제약사가 중국 기업으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거래는 대부분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규제 대상은 병원체 연구나 생물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기술에 집중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항암제와 비만·대사질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의 라이선스 거래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미 재무부가 규정 초안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재무부와 백악관도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세부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단과 미·중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해외투자 안보 프로그램은 반도체와 양자정보기술, AI를 주요 규제 대상으로 두고 있으며 바이오기술은 명시적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국 바이오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존 물레나르(John Moolenaar)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데비 딩겔(Debbie Dingell) 의원 등은 중국 바이오기업과 체결하는 라이선스와 합작법인, 지분투자 등을 재무부가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국 신약 도입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면 미국 기업의 파이프라인 경쟁력과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신약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중국 바이오기업이 체결한 해외 라이선스 계약의 잠재 규모는 약 1150억 달러(158조원)에 달했다. 2025년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도입한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중국 기업과 체결한 거래 비중도 절반에 육박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약 430억달러(59조1200억원)로 집계됐다.
최근에도 중국 신약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제약사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GSK는 이달 중국 허치메드의 항체표적치료접합체 후보물질을 선급금 1억1000만 달러, 총 12억9500만달러(1조7800억원)에 도입했다. 로슈는 중국 심시어의 혈액암 후보물질에 최대 15억3000만달러(2조1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이 일반 신약 라이선스 거래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허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메워야 하는 글로벌 제약사로서는 중국 바이오기업이 여전히 유력한 후보물질 공급처로 남게 된다.
국내 바이오기업에는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투자규제가 강화되면 글로벌 제약사의 기술도입 수요가 한국과 일본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중국 신약 거래가 대부분 허용되면 국내 기업은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보다 개발 속도와 임상 데이터, 계약조건으로 중국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
특히 임상 진입 전이나 초기 단계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바이오기업들은 환자와 병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빠른 임상 속도, 비교적 낮은 선급금과 단계별 마일스톤을 제시해 글로벌 제약사의 초기 위험 부담을 낮추고 있다.
다만 미국의 규제 방향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무부가 최종 규정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의회가 별도의 법안을 통해 규제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특정 중국 기업이나 기술이 국가안보 위험 대상으로 지정되면 일반 신약 라이선스 거래도 심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