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개청하는 중수청은 7대 중대범죄와 함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배임 ·횡령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등을 수사하게 된다.
경찰은 중수청법 제43조와 시행령에 따라 해당 사건을 인지하면 중수청에 3일 이내에 통보해야 하고, 중수청은 필요하다고 판단시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현실에선 이 같은 절차가 원활하게 지켜지기 어려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대형 경제사건의 경우 첩보 등을 토대로 내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경찰과 중수청이 중복 수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단 지적이다.
검찰 수사 경력이 있는 조규웅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중수청 직제를 살펴보면 경찰 광역수사대와 유사하게 반부패, 마약범죄, 금융범죄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면서 “두 기관 모두 주요 대도시 권역별로 설치돼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자칫 중복 수사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를 의뢰하는 사람은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의뢰서나 첩보를 여러 기관에 흘리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경찰과 중수청이 동시에 인지수사에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면서 “제도적으로 중수청이 우선권을 갖는 방식이 마련돼 있다고 해도, 관할을 조정하기 위한 기구까지 설치해야 할 만큼 제도가 복잡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현행범 체포, 구속영장 신청 등 수사를 상당 부분 진행한 경우 2027년 2월부터 중수청과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를 통해 향후 수사를 계속 맡도록 조정할 여지를 남겨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동일 사건을 두고 경합하는 등 주도권 싸움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청 출신인 이대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경찰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때 ‘정당한 사유’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또 “중수청이 경찰로부터 사건 통지를 받았음에도 이첩 요구를 하지 않은 사건이 추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경우 사후적으로 이첩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실제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명확히 조율돼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대형 경제사건의 경우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을 넘어 ‘법리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적 역량이 기소 여부까지 좌우할 수 있어 또 다른 난관으로 지적된다.
과거 경찰이 수사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차가원 원헌드레드 대표의 300억원대 특경법상 사기 혐의는 모두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 두 차례 반려됐다. 두 사건 모두 복잡한 거래관계 속에서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사실관계와 법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이어졌다.
조 변호사는 “공소청 검사로서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소 방향이 맞는 사건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수사 단계에서 증거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했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시간이 지연되거나 소위 '사건 핑퐁'이 이어질 우려도 적지 않다"고 했다.
다만 중수청이 신설되는 조직인 만큼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 우려를 불식할 거란 전망도 있다. 이 변호사는 "중수청 내부에 중대경제범죄, 반부패범죄, 금융범죄, 공정거래분야 등을 분야별 전문수사 조직이 구성돼 관련 분야의 파급력 있는 사건에 집중적으로 수사팀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간 검찰에서도 지연되는 사건이 적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중수청에서의 사건 진행이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