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식시장 개장 시간이 오후 8시로 연장됐다. 정규 시장이 오후 3시30분 끝난 뒤 30분의 준비 시간을 거쳐 오후 8시까지 거래하는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이 문을 열었다. 직장인도 퇴근 후 국내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다.
거래 시간 확대의 취지는 분명하다.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해외 증시와의 시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하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와의 경쟁도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거래소가 거래 시간을 앞다퉈 늘리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존 체제를 고수하기도 어려웠다.
다만 시장을 오래 연다고 새로운 투자금이 저절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9조9916억원으로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6월 50조3471억원에서 반토막났다. 7월 36조8754억원, 8월 25조8460억원에 이어 감소세도 뚜렷하다.
상반기에는 AI 반도체 호황과 기업 실적 기대를 타고 외국인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고유가와 미국 금리 상승, 단기 급등 부담이 겹치자 차익실현 매물이 늘었고 외국인 자금도 빠져나갔다. 같은 거래 시간에도 기대 수익이 컸을 때는 돈이 몰렸지만, 투자 매력이 약해지자 시장의 활력도 빠르게 식은 셈이다. 거래 시간을 4시간 늘리는 것 만으로 증시를 떠난 자금을 되돌리기 어려운 이유다.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지 않은 채 기존 거래가 여러 시간대와 거래소로 분산되면 시간대별 유동성만 얇아질 수 있다. 거래량이 적은 저녁 시간에는 소수 주문으로 가격이 크게 움직이거나 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투자자가 주문을 낼 거래소와 시간을 추가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시장 구조도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원인을 짧은 거래 시간에서만 찾아서는 곤란하다.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떠나는 이유로는 낮은 주주환원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반복되는 전산 장애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불신 등이 꾸준히 지목됐다. 폐장 시간을 늦춘다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시장의 경쟁력은 몇 시간 동안 문을 여느냐보다 그 안에서 얼마나 공정하고 안정적인 가격이 형성되느냐에 달렸다. 문은 밤 8시까지 열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영업시간 연장보다 투자자가 거래할 만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