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2020조에 다시 금리 충격⋯취약차주부터 흔들린다 [연준 3년 만의 긴축 전환]

입력 2026-09-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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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 재산정 시점마다 기존 대출 이자 부담 순차 전이
대출금리 0.5%p 오르면 가계 이자 연 6조5000억원 증가
다중채무자·저신용 차주, 제2금융권 고금리 이동 우려

국내외 기준금리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다시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리 인상 충격은 신규 차주뿐 아니라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에게 재산정 시점마다 순차적으로 번져나간다. 이미 금융권 다중채무를 지고 있거나 소득 대비 상환액이 과도한 한계 차주부터 부실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에 카드사 결제 전 카드사용액인 판매신용을 합친 포괄적 가계부채 지표다. 직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불어나 2021년 3분기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90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조200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 역시 주식 투자 자금 수요 등이 몰리며 12조8000억원 증가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도 시차를 두고 일제히 뛴다. 변동형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와 금융채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차주의 이자도 재산정 주기마다 오른다. 대출자별로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 금리 변경일에 맞춰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번지는 구조다.

특히 금리 상승을 자체 흡수하기 어려운 취약차주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끌어 쓴 다중채무자는 전 금융권의 대출금리가 동시다발로 뛴다. 소득 상당 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는 차주는 추가 지출 여력이 고갈돼 소비 위축과 연체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금리·주가·환율 등 주요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업·가계 금융부담, 금융회사 건전성 등 부문별 잠재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실제 금리가 소폭만 올라도 가계와 자영업자가 짊어질 이자 폭탄은 천문학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0%포인트(p)0 오를 때 가계 전체의 연간 이자 부담은 6조5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 상위 30% 고소득 가계의 이자가 4조2000억원 늘어 가장 컸다. 이어 중소득(상위 30~70%) 1조6000억원 저소득(하위 30%) 7000억원 순이었다. 중·저소득 가계가 추가로 짊어질 이자만 2조3000억원에 달했다.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금리가 0.50%p 상승할 때 자영업자 전체 이자 부담은 3조6000억원 불어난다. 특히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추가 부담이 2조1000억원에 달해 차주 1인당 연평균 약 130만원의 이자를 더 토해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시중은행의 대출 옥죄기도 가시화하고 있다. 은행들이 상환 능력 심사를 보수적으로 조이고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축소할 공산이 크다.

신용도가 취약한 한계 차주부터 시중은행 창구에서 밀려나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캐피털 상호금융 등 고금리 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한은 역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통해 다중채무자 연체율이 치솟는 국면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금융시스템 건전성 위험과 양극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은 변동금리 재산정 주기와 차입 구조에 따라 취약차주부터 직격탄을 날린다”며 “제도권 대출에서 튕겨 나온 한계 차주가 불법사금융이나 고금리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선제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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