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투자 급감⋯트럼프 지지세력에 부메랑
LG엔솔ㆍSK온ㆍ삼성SDI 등 韓배터리 여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자동차(EV) 지원을 축소하면서 이 여파가 정작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력에 부메랑이 됐다.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기업에도 여파가 번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비영리 연구기관 아틀라스퍼블릭폴리시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미국에서 취소된 EVㆍ배터리 프로젝트 탓에 애초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예상됐던 일자리 약 2만7000개가 취소됐다. 고용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사업이나 투자 축소 사례는 제외된 만큼 실제 여파는 더 클 수 있다는 게 로이터의 분석이다.
자동차연구센터(CAR)에 따르면 2019~2024년 미국 자동차 제조업 투자 규모는 직전 6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증가분 대부분이 EV 관련 투자에서 나왔다. 그러나 작년에만 약 200억달러(약 27조3400억원) 규모의 관련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신규 투자 발표액도 약 65억달러로 전년의 29% 수준으로 급감했다. 2023년 투자계획이 약 550억 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어버린 셈이다.
충격은 이른바 ‘배터리 벨트’에 집중됐다. 기존 EV 투자의 약 87%는 2024년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주에서 단행될 예정이었다. 조지아주에서 인디애나에 이르는 지역에는 대규모 EVㆍ배터리 공장이 들어서며 새로운 제조업 벨트가 형성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취소된 투자액의 약 80%도 이들 공화당 우세주에 몰렸다.
로이터는 특히 한국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짚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오하이오에 23억달러를 들여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약 1300명을 고용했다. 그러나 EV 판매 둔화로 올해 1월 생산을 중단했다. 결국 이 여파로 480여명이 해고됐다. 이후 생산이 재개됐으나 약 600명은 여전히 무기한 휴직 중이다.
포드와 SK온이 켄터키에 구축한 58억달러 규모 배터리 생산단지는 생산전략을 수정했다. 애초 5000명 신규 고용을 예상했으나 지난해 12월 약 15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포드는 EV용 배터리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공장을 전환 중이다.
스텔란티스와 삼성SDI가 인디애나에 추진했던 60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생산단지도 일부 사업이 정체됐다. 약 2800명의 고용을 기대했으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삼성SDI도 향후 운영계획을 놓고 스텔란티스와 협의 중이다.
EV 수요 부진 이후 미국 배터리 업계는 ‘EV’에서 ‘ESS로’ 전환 작업을 추진 중이다. GM과 포드가 대표적이다. 다만 ESS 전환으로 대규모 EV 생산설비의 유휴생산 능력을 모두 흡수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천문학적 투자가 이어졌던 EV 산업의 이런 쇠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후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최대 7500달러의 EV구매 세액공제가 폐지됐고 자동차 배기가스와 연비 규제가 완화됐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주춤하고 있는 미국 EV산업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었다. 샘 아부엘사미드 텔레메트리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업체들이 EV 투자를 늦추는 사이 중국 업체들의 기술ㆍ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