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 막힐라”…인수금융 절벽에 떠는 M&A 시장 [의무공개매수 명과 암]②

입력 2026-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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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의무공개매수 재도가 도입되면 기업 인수자의 고민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에서 ‘얼마나 많은 주식을 사들일 것인가’로 확대된다. 최대주주 지분만 확보하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었던 기존 인수합병(M&A)과 달리 일반주주 지분까지 일정 수준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금융과 펀드 자금을 활용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에게는 거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에서는 의무공개매수 대상 물량을 '50%+1주' 이상 확보하는 방향에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인수자가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기존 보유분을 제외한 잔여주식 전부를 공개매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고려해 매수 범위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는 분위기다.

현재 상장사 M&A에서는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과반 지분을 사들일 필요는 없다. 최대주주가 20~30%대 지분을 보유하면서 우호지분과 이사회 장악력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PEF 입장에서는 필요한 지분만 인수한 뒤 나머지 자금은 기업의 성장과 추가 인수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의무공개매수가 도입되면 M&A 계산법이 달라진다. 예컨대 최대주주 지분 30%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거래라면 기존에는 해당 지분을 중심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하면 됐다. 하지만 공개매수를 통해 50%+1주를 확보해야 한다면 최소 20%포인트 이상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주가와 인수 가격에 따라 수백억~수천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인수금융 역시 변수다. 공개매수 방식에서는 매수대금을 사전에 마련해 둬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M&A보다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 여부가 중요하다. 실제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대출기관이 요구하는 담보와 약정 조건도 까다로워진다. 결국 좋은 회사를 찾는 능력 뿐 아니라 필요한 자금을 제때 끌어오는 능력이 거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매도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수자가 동원할 수 있는 총자금이 제한된 상황에서 공개매수 대상 주식이 늘어나면 최대주주에게 지급할 수 있는 가격을 낮추거나 거래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대주주의 매각 가격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경쟁입찰이 붙은 대형 딜(거래)에서는 자금조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동일한 기업을 놓고 PEF 여러 곳이 경쟁할 경우 기존에는 인수 가격과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 주요 변수였다면, 의무공개매수 도입 이후에는 공개매수에 필요한 추가 자금까지 감안해야 한다. 인수금융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최종 인수 가격에서 경쟁력이 갈리게 된다.

반대로 자금력이 충분한 대형 PEF에는 기회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운용사라면 경쟁자들이 자금 부담 때문에 빠지는 거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 바이아웃 시장에서 대형 하우스와 중견 하우스 간 자금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의무공개매수제가 M&A 시장을 위축시킬지 여부는 ‘50%+1주’라는 숫자 자체보다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부담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 공개매수 대상 물량과 가격, 인수금융의 사전 확보 방식, 구조조정 등 예외 규정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PEF 입장에서는 경영권 지분을 얼마에 사느냐보다 그 이후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게 된다”며 “대형 하우스는 감당할 수 있어도 중견 운용사나 경쟁력 있는 중소형 PEF에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만큼 인수금융 시장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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