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증권은 14일 최근 확산된 AI 속도조절론이 AI 산업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프런티어 모델의 능력 향상 속도를 안전 검증 속도에 맞추자는 주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고평가 AI주의 할인율과 데이터센터 자금조달 부담은 커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 데이터센터 투자와 반도체 주문이 꺾였다는 징후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날 하나증권 ‘DIN-AI 속도 조절론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 따르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12일 AI 모델의 능력 향상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귀적 자기개선과 자율 에이전트 운영 위험을 근거로 들었지만 모델 훈련이나 기술 진보 자체의 중단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앤트로픽이 제시한 우선 조치도 외부 평가자에게 지속적이고 직원과 유사한 접근권을 제공하는 수준이다. 업계 공동 안전기준과 미·중 공조, 연산량 제한 등은 아직 제안이나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나증권은 안전 검증 강화로 특정 모델 출시와 매출 인식이 늦어질 수는 있지만 이를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수요 둔화로 곧바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프런티어 모델 개발 속도와 기존 모델 추론 이용량, 데이터센터 구축, 고대역폭메모리(HBM) 발주는 서로 다른 변수라는 설명이다.
실제 하드웨어 수요가 흔들렸다고 판단하려면 모델 출시 지연을 넘어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 하향,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 취소, HBM 계약 재협상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짚었다.
금리 상승은 단기적으로 AI주에 부담이다. 하나증권은 주식 듀레이션을 10~15년으로 단순 가정할 경우 할인율이 25bp 상승하면 이익 전망이 동일하더라도 기업가치에 약 2.5~3.75%의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도 투자와 감가상각이 매출보다 먼저 발생하는 만큼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내부수익률(IRR)이 낮은 프로젝트부터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경기와 IT 예산까지 둔화하면 HBM보다 PC와 스마트폰용 범용 D램(DRAM), 낸드(NAND)가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수요 지표는 아직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9월 10일까지 잠정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고 대만의 8월 수출은 824억달러로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TSMC의 8월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53.3% 증가했다.
하나증권은 AI 속도조절론과 금리가 주가 조정을 촉발할 수는 있지만 산업 사이클 종료 여부는 결국 주문과 가격, 현금흐름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 논쟁만 확대되고 발주와 납기, 가격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핵심 보유를 이어가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질 때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반면 신규 주문 축소와 계약 재협상, 메모리 가격 하락, 재고일수와 매출채권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 이익 전망과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봤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속도 조절론과 금리는 주가를 흔들 수 있지만 산업의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주문과 가격, 현금흐름이 꺾여야 한다”며 “현재 숫자는 아직 그런 변화를 가리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