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공개(IPO) 시장의 가격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8월 희망가격 상단으로 주당 공모가를 정한 새내기주들이 상장 이후 공모가를 지키지 못하고 추락한 데 이어 최근 상장을 추진하는 스카이랩스와 네오사피엔스가 잇따라 희망 범위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몸값을 확정했다. IPO 기업 수가 급감했는데도 투자 가격 민감도가 커진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주 가격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오사피엔스는 10일 공모가를 1만원으로 확정하고 11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마쳤다. 당초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희망공모가 밴드 1만3800~1만5800원보다 낮고 하단 대비 27.5% 할인된 가격이다. 확정 공모가 기준 상장 시 예상 시가총액은 약 1220억원으로, 오는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가가 낮아진 배경은 수요예측 결과에서 드러난다. 총 1045건의 주문이 들어와 219.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신청 수량의 50.77%가 희망공모가 밴드 하단에, 43.15%가 하단 미만으로 입찰 가격을 써냈다. 전체 주문 물량의 93.92%가 하단 이하에 집중된 셈이다.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한 기관투자자는 수요예측 참여 1045건 가운데 46건에 그쳤다. 의무보유확약 기간은 모두 15일에 불과했다. 수요예측 참여 수량 기준 확약 비율은 8.98%에 지나지 않는다.
공모가가 낮아지면 자금 조달 규모도 줄어들었다. 공모주식 200만주를 기준으로 희망범위 하단 적용 시 276억원이던 공모액은 200억원으로 76억원 감소했다. 정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공모가 조정에 맞춰 시설·운영자금 계획도 축소했다. 네어사피엔스는 AI 음성 생성기술 기업으로 조달한 자금을 AI 구동을 위한 GPU 구매와 연구개발(R&D) 등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이련 결과는 상반기와 대비된다. IR컨설팅 전문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상장사는 17곳으로 지난해 상반기 38곳보다 55.3% 줄었고, 총 공모 규모도 1조1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2095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신규 상장사 17곳 중 14곳인 82.4%가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가격을 확정했다. 케이뱅크와 채비, 스트라드비젼처럼 밴드 하단에서 가격을 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하단 아래로 내려간 기업은 없었다.
변화는 8월 상장주 성적표에서 먼저 나타났다. 희망가격 범위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딜리셔스와 기도산업, 니어스랩, 케이앤에스아이앤씨는 한국거래소 8월 31일 종가 기준으로 모두 공모가를 밑돌았다. 공모가 대비 하락률은 각각 53.9%, 48.1%, 30.3%, 22.2%로 평균 38.6%였다. 스팩(SPAC·인수목적회사)과 재상장을 제외한 8월 신규 상장 6곳을 같은 기준으로 보면 공모가를 웃돈 곳은 인제니아테라퓨틱스 한 곳뿐이었다.
공모 단계의 열기도 식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8월 기관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372대 1,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은 275대 1로 2017년 집계 이후 8월 기준 가장 낮았다. 2017~2025년 8월 평균인 813대 1과 774대 1에도 크게 못 미쳤다.
한편 희망범위 아래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스카이랩스는 상장 이후 공모가를 크게 웃돌았다. 희망범위 1만3000~1만6000원보다 낮은 1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한 뒤 지난 4일 상장 첫날 2만3500원에 마감해 공모가 대비 135% 올랐고, 7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11일 종가도 2만5550원으로 공모가를 155.5% 웃돌았다.
스카이랩스와 네오사피엔스는 모두 희망범위 하단보다 20% 넘게 낮춘 가격에 공모가를 정해 200억원씩 조달했다. 김태수 네오사피엔스 대표는 공모가 확정 당시 “시장 상황과 투자자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 친화적인 관점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공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관이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발행사도 공모 규모보다 실제 수요가 붙을 수 있는 가격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