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으로 높아지는 시점이 6개월 연기되면서 코스닥 상장사 220개가 추가 대응 시간을 확보했다. 기준선에 가까운 기업은 실적 개선과 기업설명회(IR)를 통한 재평가를 노릴 수 있지만 시총 하단 기업은 증자와 자산 매각, 인수합병(M&A) 등 자본 확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본지가 한국거래소의 전 종목 시세를 분석한 결과 11일 기준 시총이 2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코스닥 상장사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우선주를 제외하고 220개로 집계됐다. 시총 200억~250억원 기업은 106개, 250억~300억원 기업은 114개다.
정부는 당초 2027년 1월1일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시총 기준을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올릴 계획이었지만 적용 시점을 2027년 7월1일로 늦췄다.
같은 유예 대상이라도 현재 시총에 따라 필요한 주가 상승 폭은 크게 갈린다. 220개 가운데 주가가 5% 이내로 오르면 시총 300억원을 넘어서는 기업은 35개다. 반면 106개는 20% 넘게 올라야 하고 이 가운데 30개는 40% 이상의 상승이 필요하다.
시총 300억원에 근접한 기업은 실적 개선과 신규 수주, IR 강화 등을 통해 시장의 재평가를 끌어내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입이나 자사주 매입도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고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자본 조달 없이 주가를 높여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기업군이다.
시총이 200억원대 초반에 머문 기업은 주가 상승만으로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 외부 투자 유치와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자산 매각, M&A, 사업재편 등을 통해 자본과 성장동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현재 시총 기준인 200억원을 밑도는 기업들의 상황은 더 급박하다. 11일 기준 시총 200억원 미만인 코스닥 보통주는 115개로 이 중 65개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시총 미달 사유가 있는 코스닥 관리종목 44개 가운데 39개는 현재 시총이 200억원을 밑돌았다. 이 중 22개는 200억원을 회복하려면 시총이 50% 넘게 증가해야 한다. 주가 회복만으로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기업이 절반을 넘는 셈이다.
일시적인 주가 급등만으로는 상장폐지 위험을 해소할 수 없다. 코스닥 상장사는 시총 200억원에 30거래일 연속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의 유예기간 동안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웃돌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시총 기준의 가파른 상향이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하락한 기업까지 퇴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는 시총 규모만으로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판단하기보다 영업현금흐름과 자본잠식 여부, 감사의견, 최대주주 변경, 전환사채 잔액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코스닥 잔류에 실패한 기업은 코넥스 이전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유동성 저하라는 새로운 위험이 생긴다. 지난달 코넥스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9억3900만원, 시총은 3조4855억원에 그쳤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1년 약 74억원과 비교하면 87.3% 감소했다. 8월 코넥스 상장 종목 108개로 단순 환산하면 종목당 하루 거래대금은 약 869만원에 불과하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정 기업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내재가치에 수렴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내재가치와 무관한 외부 요인으로 폭등락할 수 있다”며 “시장참여자는 해당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건전성과 무관한 요인이 주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