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돈벼락 맞은 반도체맨⋯아시아 新부유층 떴다 [AI시대 新기술귀족’ ①]

입력 2026-09-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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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9-09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삼전닉스·TSMC·키옥시아, 성과급·주식 ‘잭팟’
결혼시장 ‘우량주’에 백만장자까지 달라진 위상
소비세수도 견인…‘그들만의 호황’ 양극화 우려도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의 엔지니어가 5월 베이징의 피지컬AI 훈련센터에서 데이터 수집 기기를 조작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의 엔지니어가 5월 베이징의 피지컬AI 훈련센터에서 데이터 수집 기기를 조작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 최근 코미디쇼 ‘SNL 코리아’의 한 콩트. 고급 의류 매장 직원은 머리가 벗겨지고 촌스러운 차림의 남성을 대놓고 무시한다. 그러나 남성이 재킷을 벗어 등에 ‘SK하이닉스’라고 적힌 회사 조끼를 드러내자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 “하이닉스느님!” 반도체 호황으로 수억원대 성과급을 거머쥔 엔지니어들의 달라진 위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AI 열풍이 반도체 등 관련 분야 엔지니어들을 새로운 ‘신흥귀족’으로 끌어올렸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AI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키옥시아 등 아시아 대표주자급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과 주식 보상을 안기고 있어 AI 관련 엔지니어들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WSJ는 최근 ‘갑자기 반도체 덕후들이 장악한 연애시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양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를 대거 소개했다. 그러면서 과거 의사ㆍ변호사ㆍ회계사 등 전통적인 엘리트 전문직에 한발 밀렸던 두 회사 직원들이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는 게 현지 결혼정보업체들의 평가라고 전하기도 했다.

‘반도체 신흥귀족’의 탄생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호국신산(護國神山ㆍ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산)’으로 불리는 TSMC가 있는 대만에서도 반도체 엔지니어는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힌다. 특히 TSMC 본사가 자리한 신주과학단지의 고소득 기술인력은 ‘주커신구이(竹科新貴ㆍ신주과학단지 신흥귀족)’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다. 안정적인 직장에 높은 연봉, 두둑한 성과급과 주식 보상까지 챙기면서 결혼시장에서도 단연 ‘우량주’로 통한다.

일본에서는 자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키옥시아에서 수백 명의 백만장자가 탄생해 화제가 됐다. 키옥시아에서 2018년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 약 600명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6월 기준 1인당 평균 10억엔(약 90억원)이 넘는 평가이익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에서 AI 붐을 타고 빅테크 직원들이 신흥 부호로 떠오른 데 이어 아시아에서도 AI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한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막대한 성과급과 스톡옵션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유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직업의 연봉이 오른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성과급과 스톡옵션이 결합하면서 엔지니어가 월급을 받는 노동자에서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자산가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이들이 풀어놓는 돈은 회사 밖으로도 흘러간다. 주택과 자동차, 교육, 외식·유통 등으로 소비가 번지고 정부 세수까지 불렸다. ‘반도체맨의 돈벼락’이 개인의 통장을 넘어 경제 전반을 밀어 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호황의 과실이 핵심 기업과 소수 기술 인력에 집중되면서 새로운 격차도 조성됐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장기근속자와 신입 직원, 반도체와 비반도체 부문 사이에 보상 차이가 벌어진다.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 대기업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사이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호황이 영원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AI 투자가 둔화하거나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면 주가와 성과급이 줄고, 이들의 소비와 관련 세수까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

로이터는 “AI 호황이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직원 성과급을 늘리고 소비와 세수를 끌어올리지만 한편으로 초과이익의 배분을 둘러싼 논쟁과 기업 안팎의 보상 격차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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