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졸 신입의 사무·분석 업무 대체
건설·제조 숙련공 은퇴·이민 감소 영향

미국 고용시장에서 학력에 따른 희비가 과거와 정반대로 엇갈렸다. 인공지능(AI)이 대졸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사무직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대졸 청년의 취업문은 좁아진 반면 건설ㆍ제조ㆍ서비스 현장에서는 구인난이 심화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노동시장 싱크탱크 버닝글래스연구소가 미국 노동통계를 분석한 결과 22~34세 비(非) 대졸자의 실업률은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같은 연령대 대졸자의 실업률은 코로나19 사태와 2007~2009년 경기침체 이후를 제외하면 최근 20여 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두 집단의 고용 사정은 과거 경기 호황과 침체에 따라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최근에는 건설과 제조 현장의 숙련 노동자가 은퇴하고 이민까지 감소하면서 비대졸자가 주로 진출하는 직종의 인력 부족이 두드러졌다. 반면 미국의 대졸자 수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AI가 기업의 초급 사무·분석 업무를 맡기 시작하면서 대졸 신입 일자리는 줄었다.
개드 레바논 버닝글래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학사 학위 보유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비대졸자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종별로도 격차가 뚜렷했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을 비롯한 전문직의 고용 여건은 과거보다 악화했지만 건설·정비·외식 등 신체 활동과 대면 업무 비중이 큰 직종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미국의 8월 신규 고용 16만2000개 가운데 음식점과 주점에서만 5만9000개가 늘어나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다만 절대적인 실업률은 여전히 대졸자가 낮다. 7월까지 12개월간 25~54세의 평균 실업률은 대졸자가 2.7%, 대학 중퇴자를 포함한 일부 대학 교육 이수자가 3.6%, 고졸자가 4.7%였다. 이번 ‘학력 역전’은 각 집단의 현재 실업률을 2003년 이후 자체 기록과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상대적인 변화다.
경제활동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비중도 비대졸 청년이 더 높았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고졸 청년 가운데 거의 4분의 1이 취업하지도, 구직하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대졸자와 대학원 졸업자는 약 7분의 1에 그쳤다.
향후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 블루칼라와 서비스직도 AI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레바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대졸자들에게 대기업만 고집하지 말고 근무 지역과 기업 규모 등에서 선택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