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코퍼’ 구리 가격 사상 최고⋯트럼프 관세 우려에 공급난 겹쳐

입력 2026-09-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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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관세 가능성에 물량 미국 집중
LME 재고 고갈⋯올 들어 가격 17%↑
AIㆍ전력망 수요 급증…광산 공급은 차질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 인근 라 에스콘디다 구리 광산내 있는 공장에서 구리 음극판이 쌓여있다. (안토파가스타(칠레)/로이터연합뉴스)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 인근 라 에스콘디다 구리 광산내 있는 공장에서 구리 음극판이 쌓여있다. (안토파가스타(칠레)/로이터연합뉴스)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로 장기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으로 구리 물량이 미국에 쏠리면서 다른 지역의 공급이 빠듯해진 영향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물 구리 선물 가격은 장중 0.8% 오른 t(톤)당 1만4533달러(약 1950만원)까지 치솟아 1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를 넘어섰다.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17%, 최근 1년간 47% 상승했다.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은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제 구리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다른 지역 간 가격 차이를 노린 거래업체들이 올해 수십만t의 구리를 미국으로 옮겼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콩고민주공화국산 정련 구리 수입량은 5만3290t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 내 정련 능력과 정제 구리 시장 등에 관한 보고서를 6월 30일까지 백악관에 제출하도록 돼 있었으나 정제 구리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는 두 달 넘게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시장은 여전히 관세 부과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AI 이미지 편집)
▲(AI 이미지 편집)
이에 세계 전체 구리 재고는 비교적 충분하지만 상당량이 미국에 집중되는 공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그 결과 뉴욕상품거래소 구리 재고는 지난해 2월 약 8만t에서 최근 69만5624t으로 8배 넘게 불어난 반면 LME 재고는 고갈돼 가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기 공급량을 줄이고,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급기야 LME에서는 공급 압박이 심화하면서 현물 가격이 3개월 선물 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칠레 구리산업 연구기관 세스코(Cesco)의 크리스티안 시푸엔테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종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서라기보다 관세 때문에 구리의 위치가 이동한 영향”이라며 “지역적인 공급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구리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세계 주요 광산의 노후화로 공급 확대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칠레의 8월 구리 수출액도 겨울 폭풍과 주요 광산의 운영 차질 등이 겹치면서 1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하반기 생산이 회복되지 않으면 올해 전 세계 구리 광산 생산량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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