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류수정, 이제 더 큰 무대에서 빛날 차례 (종합) [인터뷰]

입력 2026-09-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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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류수정. (사진제공=올마이애닉도츠)
▲가수 류수정. (사진제공=올마이애닉도츠)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고. 러블리즈 류수정도 나고, 지금도 나고.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구나 싶었어요.

가수 류수정이 자신을 하나의 색으로 한정하지 않게 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예쁘게 꾸민 아이돌 류수정도, 홀로 음악을 만들며 시행착오를 겪은 싱어송라이터의 모습도, 고민 속에서 흔들리고 무너진 순간도 모두 자신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새 앨범의 이름도 '올 더 컬러스 아이 엠(ALL THE COLORS I AM)'이다.

류수정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서 미니 4집 'ALL THE COLORS I AM'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 미니 3집 '뉴 카(NEW CAR)'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의 컴백이다.

공백이 길었던 만큼 앨범을 준비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 류수정은 “활동을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공백을 거쳐 발매하는 앨범”이라며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대했던 마음으로 준비해 설레면서도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하나의 색으로 규정할 수 없는 류수정의 여러 모습이 담겼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총 6곡으로 풀어냈다.

앨범에 담긴 이야기는 류수정이 지나온 시간과도 맞닿아 있다. 스스로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는 “MBTI가 INFJ라 그런지 생각이 많다”며 “많이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데,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한때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과 고민이 버겁기도 했다. 류수정은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워 결국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예전에는 생각이 많은 게 싫어 멍하니 있는 방법까지 고민했지만, 지금은 깊은 생각이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좋은 발전을 가져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슬럼프가 찾아오면 감정을 적어두고 결국 가사로 만든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생각이 많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30분도 채 자지 못한 날이 있었다.

이제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류수정은 "생각에 잡아먹힐 때 어떻게 해결할지는 아직 방법을 못 찾았지만, 충분히 슬픔을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류수정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저를 계속 발전시키려고 생각도 많이 하고 노력도 하고 발버둥 치면서 살아온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다시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지만, 또 무너지기도 하지 않나"라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꼭 '힘내자', '다시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대신 무너지는 자신까지 받아들이는 사람이 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올해 30대에 접어들며 더욱 분명해졌다. 류수정은 “앞자리가 3으로 바뀌면 생각이 크게 달라진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30대가 되니 20대 때보다 안정되고 덜 흔들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20대에 몰아쳤던 힘든 감정들을 이제는 정리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 류수정. (사진제공=올마이애닉도츠)
▲가수 류수정. (사진제공=올마이애닉도츠)

음악적으로도 자신을 규정하던 틀을 하나씩 깨고 있다. 새 소속사 올마이애닉도츠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류수정에게 제안한 것은 '날것의 류수정'이었다.

류수정은 "저는 예쁘게 꾸미고 노래를 부르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그런 음악을 해왔다"며 "회사에서는 '그런 너도 너무 좋지만 너의 가능성을 이번 앨범에 한 번에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예쁜 걸 다 빼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창법에서도 힘을 뺐다. 류수정은 "저는 항상 너무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너무 열심히 부르면 안 된다', '너무 노래하는 것 같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힘을 빼는 노력과 작업을 하면서 더 날것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니 또 다른 제 모습을 찾게 됐다"고 했다.

변화가 두렵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팬들이 다 돌아서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류수정은 "그동안의 저를 다 지켜봐 주신 팬분들인데 제 걱정이 무색하게 아직 너무 좋다는 피드백만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앞머리를 자른 것도 저는 너무 파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팬들은 그냥 스타일이 좋다면서 즐겨주셨다"고 말했다.

오히려 팬들의 반응을 통해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류수정은 "오히려 내가 나를 프레임 안에서 규정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수 류수정. (사진제공=올마이애닉도츠)
▲가수 류수정. (사진제공=올마이애닉도츠)

러블리즈라는 이름 역시 이제는 벗어나야 할 과거가 아닌 자신의 수많은 색 가운데 하나다.

류수정은 "저는 꾸민 저도 좋아하고 미니멀한 옷도 좋아해서 '이게 다 난 좋은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이 전부가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완성된 앨범은 류수정에게도 새로운 출발이 됐다. 당초 준비했던 다섯 곡 가운데 네 곡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다시 곡을 채웠으며, 녹음에는 데뷔 이후 가장 긴 시간을 들였다. 애정을 쏟은 여섯 곡을 더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모든 곡의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애초 한 곡만 촬영할 예정이었던 만큼 예산과 시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결국, 여섯 편을 단 이틀 만에 촬영했다. 류수정은 "걸그룹 뮤직비디오만큼 힘든 뮤직비디오는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와, 이걸 또 하네'라는 생각도 있었다"면서도 "약간의 카타르시스가 있었고 스태프들과 더 으쌰으쌰하면서 잘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러블리즈 멤버들에게도 완성된 음악을 들려줬다. 이전 앨범과는 반응부터 달랐다. 류수정은 "전에는 '이런 부분이 좋다', '고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노래 너무 좋다', '너무 멋있다', '너인데 너 안 같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너인데 너 안 같다'는 반응이었다. 류수정은 "더 발전된 음색과 느낌이라는 뜻인 것 같아서 그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12년 차 가수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은 데뷔 때만큼 쉽지 않았다. 류수정이 자신을 다시 ‘신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류수정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데뷔 초처럼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많은 스태프가 앨범의 세세한 부분까지 함께 고민해준 덕분에 신인의 마음으로 작업했다. 마치 인생 2회차를 시작한 듯한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에는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처음 확인했다. 영상을 본 뒤 눈물을 글썽인 그는 “힘들게 준비한 만큼 만족도는 최고”라며 “오늘만큼은 나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만점으로 하겠다”고 웃었다.

류수정에게 이번 앨범은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시작에 가깝다.

새 소속사에서 이해인 이사가 건넨 말도 그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류수정은 "'나는 네가 큰 무대에 있는 걸 상상하는데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너도 그렇게 꿈꿨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그 말을 꺼내던 류수정의 눈에는 순간 눈물이 맺혔다. 그는 "저도 더 큰 무대도 하고 싶고, 더 좋은 앨범도 내고 싶은 게 목표"라고 말했다.

류수정은 이날 수없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번번이 다시 일어선 순간으로 향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잠들지 못하면서도 그 생각을 음악으로 만들었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곡을 만들었다. 익숙했던 모습을 벗어나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또 새로운 음악을 택했다.

그렇게 12년을 걸어온 끝에 류수정은 자신에게 없던 새로운 색을 찾은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 안에 있던 수많은 색을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타이틀곡의 제목이 '다이아몬드(Diamonds)'인 것도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다른 색을 내지만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결국 같은 다이아몬드다.

러블리즈의 류수정도, 홀로서기에 나섰던 류수정도, 무너져 울었던 류수정도, 다시 큰 무대를 꿈꾸는 류수정도 모두 같은 사람이다. 이제 류수정은 그 모든 색으로 다시 빛날 준비를 마쳤다.

류수정은 11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미니 4집 '올 더 컬러스 아이 엠'을 발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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