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9곳 중 8곳은 백인규 지지…시장 평가는 엇갈려
3%룰에 잘게 쪼개진 표…물밑 의결권 확보가 승부처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감사위원 선임이 걸린 임시주주총회가 9일 열린다. 독립이사 4명은 양측 추천 후보가 각각 2명씩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승부처는 별도로 선출하는 감사위원 1석이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와 영풍·MBK파트너스 측 박유경 후보가 맞붙는다. 승부의 핵심은 ‘3%룰’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독립이사 4명과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선임한다. 일반 독립이사에는 고려아연 이사회와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각각 2명의 후보를 냈다. 집중투표가 적용되는 만큼 양측 후보가 나란히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반면 감사위원 자리는 양보 없는 단판 승부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백인규 후보를, MBK·영풍 측은 박유경 후보를 추천했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3%룰’이 적용돼 대주주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의 표 영향력도 달라진다.
최대 변수로 꼽혔던 국민연금은 두 후보 모두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안건에서 행사 가능한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같은 3%가 백 후보와 박 후보 모두에게 들어가면서 특정 후보의 당락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
특히 국민연금이 박 후보에게 반대표를 던질지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박 후보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APG에서 책임투자·기업지배구조 업무를 맡았다. APG는 고려아연 주주로, 박 후보 재직 당시 열린 주총에서 영풍·MBK 측 후보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했다. 박 후보는 2023~2025년 국민연금 ESG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기준상 독립성 판단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민연금 지침은 중요한 지분·거래관계 등에 있는 회사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 여부 등을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 판단 요소로 두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박 후보의 이력을 선임 반대까지 이어질 결격 사유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 모두에 찬성하면서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중립에 가까운 결론을 내린 셈이다.
시장 평가는 달랐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포함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8곳이 백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의결권자문은 박 후보의 책임투자·지배구조 전문성을 인정하면서도 회계·감사 경험을 갖춘 백 후보가 감사위원회 기능 강화에 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가 과거 외신을 통해 경영권 분쟁의 주요 쟁점에 입장을 밝힌 점도 객관적 판단에 대한 우려 요소로 지적했다.
결국 승부는 국민연금을 제외한 기관과 일반주주들이 쥔 ‘숨은 3%’에서 갈릴 전망이다. 한화그룹이 행사할 수 있는 약 5.8%도 변수로 거론되지만, 한화는 MBK의 경영권 분쟁 참여 이전부터 고려아연 주주였고 기존 이사회에 우호적인 주주로 분류돼왔다. 이를 새로 등장한 중립 캐스팅보트로 단순화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두 후보 모두에 찬성한 만큼 국민연금 표 자체로 승부가 갈리는 구조는 아니다”며 “결국 3%룰 적용 이후 각 후보가 기관과 일반주주로부터 실제 확보한 의결권을 모두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