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는 것만 답 아니다…회토류, 비축·정·제련 ‘맞춤 처방’ 필요 [광물전쟁下]

입력 2026-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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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비축에 숨 돌린 반도체 업계
단기 수급대책 넘어 중장기 공급망 설계해야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광물은 반도체·이차전지·방위산업을 움직이는 전략자산이다. 중국을 비롯한 자원보유국이 광물을 외교·안보의 무기로 활용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국가의 생존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은 높은 수입 의존도에도 비축과 해외개발, 정·제련, 재활용을 잇는 대응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국내 핵심광물 정책과 법·제도의 빈틈, 해외자원 개발이 위축된 배경을 짚고 경제를 넘어 안보의 관점에서 공급망 해법을 모색한다.

핵심광물 공급망을 안정시키려면 모든 광물을 국내에서 직접 확보하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품목별로 비축과 해외개발, 국내 정·제련, 재활용 전략을 다르게 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국내 매장량과 수요, 가공 기술, 시장 규모가 제각각인 만큼 하나의 정책으로 묶기보다 광물별 취약 지점에 맞춘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소재를 일정 수준 비축해 둔 덕분에 최근 중국의 수출통제에도 큰 생산 차질을 겪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국 다변화나 국내 생산기반 구축에 장기간이 필요한 품목은 우선 충분한 비축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책이라는 평가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광물 매장량이 많지 않고 개발 투자도 더뎠기 때문에 채굴과 정·제련 분야의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단기간에 공급처를 대체하기 어려운 희토류 등 일부 품목은 전략비축을 확대해 공급중단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광물은 정·제련 기반을 키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포스코그룹은 호주에서 들여온 리튬 원료를 국내에서 가공하고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탄자니아 등에서 흑연 원료를 확보해 국내에서 가공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원광을 확보하더라도 국내 정·제련 능력이 뒷받침되면 특정국에 대한 중간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다만 정·제련 시설은 초기 투자비가 큰 데다 환경규제와 주민 수용성 문제로 국내 입지 확보가 쉽지 않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리튬 등을 국내에서 직접 정·제련하려 해도 비용과 환경규제가 높은 벽으로 작용한다”며 “정·제련 시설을 집적한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환경 안전성을 확보하는 범위에서 인허가 절차와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도 광물별 공급망 구조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월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재자원화율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희토류와 리튬·니켈·흑연·갈륨은 수요처부터 시장 규모, 정·제련 공정, 재활용 가능성까지 서로 달라 동일한 정책 틀을 적용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광물마다 국내 수요와 시장 규모, 정·제련 가능성, 재활용 여건이 다른 만큼 비축과 해외개발, 국내 가공, 재자원화 정책의 비중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생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광물은 해외 원료 확보와 국내 정·제련을 연계하고, 내재화의 경제성이 낮은 품목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비축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공급망 3법을 기반으로 조기경보 체계와 비축, 국제협력 등이 정부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 또는 중기 대응에 다소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위기가 상시화한 만큼 광산 탐사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중장기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간기업의 해외자원 개발을 뒷받침하는 금융·기술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해외자원 개발사업 자금에 대한 융자와 탐사비용·기술을 지원하고 있지만 광산 개발은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도 길어 민간기업만으로 위험을 부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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