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고·여권 반발에…정부, 호르무즈 파병 규모 재검토

입력 2026-09-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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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앞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무산담(오만)/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앞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무산담(오만)/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투입 자산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기여 방안을 구체화하다가 국내외 반발이 커지자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7일 파병 문제에 대해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조속한 회복,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우리 포함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관련국들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구체적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며 구체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했던 것과 온도차가 있다.

외교부 관계자도 전날 미국 백악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군사적 기여 방안 검토 관련 “한국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라며 “한국이 자원을 투입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입장을 낸 것에 대해 “우리 사정과 국익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종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위 조절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내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 재점화, 이란의 ‘전쟁 간주’ 경고, 일부 여권을 중심으로 한 파병 반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미-이란 간 무력 충돌은 지난달 30일 미군이 약 한 달 만에 공습에 나서면서 재점화했다. 지난 주말엔 양측이 군함과 유조선 등을 겨냥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보복전 수위가 격화했다.

이란은 한국의 파병을 ‘침략’으로 간주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이란의 한 안보·정치 부문 고위 관리는 레바논의 친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이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한다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 및 전쟁에 대한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파병 관련 공식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한 가운데 범여권에서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적 부담이 커진 정부가 신중 모드로 전환하면서 지원 군사자산도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해군의 1만t(톤)급 신형 군수지원함인 ‘소양함’, P-8A 해상초계기, 기뢰 등을 탐지하는 폭발물처리반을 보내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를 제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 운용에는 최소 150명 안팎이 필요해 하나만 배제해도 파병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군사자산 검토와 관련해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인 것 같다”면서 “관계국과 협의하면서 검토 중인 단계로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오락가락 행보가 국익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원칙이 없어 보인다"면서 "이렇게 왔다갔다하면 어떤 나라도 우리나라에 대해서 압력을 행사하려고 할 테고 원칙이 없으면 이란이 한국을 표적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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