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사회 ‘표 전쟁’⋯집중투표제 10일 막 오른다

입력 2026-09-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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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이상 상장사 의무 적용…소수주주 이사 진입길 확대
기업들 이사 수 줄이고 임기 분산…내년 주총 앞두고 방어전 돌입
주주권 강화 기대 속 행동주의·경영권 분쟁 우려도

▲주요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나열된 자료와 마이크 앞에 선 인물의 사진이 함께 제시된 가운데, 집중투표제 의무 적용과 대기업 이사회 구조 변화 등 경영권 이슈가 부각된 6일 관련 경제 상황이 주목받고 있다.
▲주요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나열된 자료와 마이크 앞에 선 인물의 사진이 함께 제시된 가운데, 집중투표제 의무 적용과 대기업 이사회 구조 변화 등 경영권 이슈가 부각된 6일 관련 경제 상황이 주목받고 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가 이달 10일부터 의무 적용되면서 국내 대기업 이사회 구도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기업들은 이사 수를 줄이고 임기를 분산하는 등 제도 시행 전부터 선제 대응에 나섰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주요 주주와 행동주의 펀드까지 가세한 본격적인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개정 상법 시행으로 이달 10일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보유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존 단순투표제보다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1998년 상법에 도입됐지만 기업들이 정관으로 적용을 배제할 수 있어 실제 활용은 제한적이었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주주가 요구하면 대규모 상장사는 집중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미 이사회 규모와 임기 구조를 손보며 대응에 들어갔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5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비교가 가능한 269곳의 올해 정기주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이사 수는 1733명으로 지난해보다 47명 줄었다. 사내이사는 843명에서 807명으로 4.3% 감소했고 사외이사도 937명에서 926명으로 줄었다.

그룹별로는 카카오가 이사 수를 14명 줄였고 △롯데 13명 △삼성 9명 △LS 7명 △한화 6명 등의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서는 이사회 규모 조정이 더욱 민감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진칼은 최근 이사 정원을 기존 ‘3인 이상 11인 이내’에서 ‘3인 이상 9인 이내’로 축소했다. 호반건설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지분 격차가 0.42%포인트(p)까지 좁혀진 상황에서 향후 이사회 진입 경쟁에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사 임기를 분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14개 상장사가 이사 임기 만료 시점을 조정했고,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 등은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늘렸다.

한 번의 주총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를 줄이면 소수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하는 효과도 낮아진다. 집중투표제가 본격 시행되면 기업들의 대응 무게중심은 ‘제도 회피’에서 ‘주주 표심 확보’로 옮겨갈 전망이다.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이사 후보의 전문성·독립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편,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주주총회 현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고려아연 주주총회 현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행동주의 펀드와의 관계도 중요해진다.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일부 수용해 이사회 후보 추천이나 표 대결로 번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는 방식이 기업들의 새로운 방어 전략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집중투표제가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견제하고 소수주주 권익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주주환원 확대를 압박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반면 재계는 경영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등이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거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어떤 후보를 이사회에 내세우느냐뿐 아니라 평소 주요 주주의 지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내년 정기주총부터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기업과 주주 간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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