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유예 끝나면 471곳 다시 시험대⋯소액주주 300만명 ‘8조원’ 영향권

입력 2026-09-0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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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기준 미달만 238곳…코스닥이 177곳으로 3배
내년 7월 시총 문턱 높아지면 대상 기업 두 배로 확대
정부 6개월 속도조절했지만 ‘퇴출 기준 획일화’ 논란은 남아

▲한국, 미국, 일본의 상장폐지 제도를 비교한 이 표는 7월 기준 코스닥 상장 기준 강화 논란과 함께 각국의 시장별 상장폐지 기준과 최근 변화 동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의 상장폐지 제도를 비교한 이 표는 7월 기준 코스닥 상장 기준 강화 논란과 함께 각국의 시장별 상장폐지 기준과 최근 변화 동향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추가 상향을 6개월 미루며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는 현재보다 두 배 가까운 상장사가 다시 퇴출 기준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주가·시총 요건에 미달하는 기업의 소액주주만 300만명을 웃돌고 보유주식 평가액도 8조원에 육박해, 상폐 제도 강화가 시장 건전성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 문제와 직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주가가 1000원 미만이거나 시총이 현행 상장유지 기준을 밑도는 상장사는 모두 238곳이었다.

시장별로는 코스닥의 부담이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시총 기준 미달 39곳, 주가 기준 미달 30곳으로 중복 종목을 제외하면 61곳이 기준에 못 미쳤다. 코스닥에서는 시총 미달 117곳, 주가 1000원 미만 91곳으로 중복을 제외한 177곳이 해당했다. 코스닥의 기준 미달 기업 수가 유가증권시장의 약 세 배에 이르는 셈이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의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유가증권시장 해당 기업의 소액주주는 95만9878명, 코스닥은 216만6832명이었다. 단순 합산하면 312만6710명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유가증권시장 15억3000만주, 코스닥 41억5000만주로 평가액은 각각 1조4500억원, 6조4001억원이었다. 전체 평가액은 7조8501억원에 달했다.

한 투자자가 여러 종목을 보유할 수 있어 주주 수에는 중복이 포함될 수 있고, 상폐가 곧바로 주식 가치의 전액 손실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강화된 퇴출 기준이 적용되는 범위가 수백만 투자자와 수조원대 자금에 걸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문제는 정부가 이번에 6개월 미룬 추가 기준이 시행되면 영향권이 더 크게 넓어진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지난 7월부터 시총 상장유지 기준을 유가증권시장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높였다. 내년 1월에는 각각 500억원과 300억원으로 다시 상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4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추가 상향 시점을 내년 7월로 6개월 연기했다. 최근 코스닥 변동성이 커진 데다 업계에서 일률적인 시총 기준 강화가 정상 기업까지 퇴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시총 2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코스닥 상장사는 200여곳이다. 이들 기업은 이번 유예로 당장 추가 상장폐지 기준을 적용받는 부담을 피했다. 그러나 유예가 끝나는 내년 7월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박 의원실 분석 결과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영향권에 들어오는 상장사는 모두 471곳으로 늘어난다. 유가증권시장 114곳, 코스닥 357곳이다. 현재 기준 미달 기업 238곳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다.

최근 코스닥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은 이런 부담을 키우는 변수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4월 27일 1226.18로 연중 고점을 기록한 뒤 7월 30일 644.78까지 약 47% 급락했다. 지난 4일 813.50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고점과는 큰 격차가 있다. 주가 하락이 장기화할 경우 시총 기준에 걸리는 기업 수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현행 규정상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거나 시가총액이 상장유지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안에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폐 절차에 들어간다.

지난 7월 1일 개정 규정 시행 이후 이달 4일까지 주가 또는 시총 기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종목은 이미 52개다.

정부는 상폐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정 재무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이전상장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단순 시총과 주가만으로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방식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기업처럼 현재 실적보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증시에 진입한 기업은 시장 침체기에 주가와 시총이 급락할 경우 사업 경쟁력과 무관하게 퇴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부실·한계기업을 적기에 정리해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은 필요하다”면서도 “시총이나 주가 같은 일률적 기준만으로 상폐를 결정하면 건실한 기업과 기술특례기업까지 퇴출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재무건전성과 기술력, 성장성 등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소액주주 피해와 투자생태계 위축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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