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제조업 5만6000곳 문 닫을 판 [CEO 고령화와 '승계절벽' 현주소]

입력 2026-09-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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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땐 기술ㆍ지역 일자리 타격
협력업체로 번져 산업기반 약화

잘되는 기업도 후계자가 없으면 문을 닫는다. 중소·중견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승계절벽’이 기업 생존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고용을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력 갖춘 기업도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 폐업으로 내몰리고 이는 축적된 기술과 일자리, 지역경제의 단절로 이어진다. 기업승계는 더 이상 상속세나 가업상속공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친족승계를 넘어 제3자 승계와 인수합병(M&A)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금융·자문·정책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본지는 승계절벽의 실태와 제도의 한계, 달라지는 승계 시장과 대안을 짚고 ‘기업의 지속’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의 한 섬유공장 모습. (뉴시스)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의 한 섬유공장 모습. (뉴시스)

후계자 부재로 정상기업이 문을 닫는 것은 경영난에 따른 일반적인 기업 퇴출과 경제적 성격이 다르다.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경영자의 고령화 등 사업 자체와 무관한 이유로 사라질 수 있어서다.

6일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후계자가 없어 지속 경영이 불투명한 중소기업은 약 67만5000곳으로 추정된다. 제조업만 5만6000여 곳이며 이 가운데 83%인 약 4만6000곳이 서울 밖에 분포한다.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기업은 계속 운영했을 때 창출할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경우가 많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이런 기업이 폐업하면 그 차이가 경제적 손실로 남고, 특정 공정을 사실상 전담해온 기업이라면 영향이 발주처와 협력업체로까지 번질 수 있다.

제조업은 기업이 문을 닫은 뒤 자산을 다른 기업이 인수한다고 해서 경쟁력까지 그대로 이전되는 것도 아니다. 설비나 특허는 넘길 수 있지만 같은 설비에서도 수율 차이를 만드는 공정 노하우는 작업자와 조직에 축적돼 있다. 숙련된 팀이 흩어지거나 고령 숙련공이 은퇴하면 기술 전수가 끊길 수 있고, 발주처와 수년간 쌓은 거래관계도 자동으로 승계되기 어렵다.

문제는 승계절벽의 위험이 지역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역 산업단지는 열처리·도금·정밀가공 등 여러 기업이 공정을 나눠 맡는 경우가 많다. 한 업체가 문을 닫으면 다른 기업이 해당 공정을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서 조달해야 해 물류비와 납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폐업이 누적돼 업체 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줄면 발주처가 다른 권역으로 물량을 옮기면서 지역 산업기반 자체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고용 충격도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인근에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 실직이 지역 이탈이나 은퇴로 이어질 수 있고, 젊은 기능인력까지 빠져나가면 남은 기업들의 인력난이 심해지는 악순환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단지 업체들은 열처리, 도금, 정밀가공처럼 공정을 나눠 맡는 구조여서 한 곳이 문을 닫으면 남은 기업들이 그 공정을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서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젊은 기능 인력이 빠져나가면 남은 기업들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버티기 어려워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족이 아닌 사람에게 넘길 때 이를 지원할 근거가 없었다”며 “지역 단위 M&A 중개나 인수 자금 보증이 함께 뒷받침돼야 실제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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