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어떻게 풀 것인가."
3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여당은 "해설자가 아닌 해결자가 돼야 한다"고 했고, 야당은 "이제 청구서에 답할 차례"라고 했다. 표현은 갈렸지만 요구는 하나였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도의회를 "도정의 핵심 파트너"로 규정하며 재정 정상화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의회는 이날 제39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박옥분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원2) 등 7명이 나선 일괄질문·일괄답변 방식의 대집행부 질문을 진행했다.
압박은 야당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서인하 민주당 의원(비례)은 "도민이 경기도정에 바라는 것은 재정난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법을 만들어 갈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이 어려울수록 도정은 재정난의 '해설자'가 아니라 재정문제의 '해결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재정위기를 이유로 AI를 비롯한 미래세대 투자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붙였다.
박옥분 의원 역시 이제는 위기의 크기가 아니라 위기를 넘어설 해법을 보여달라며 구체적인 재정 정상화 대책을 요구했다.
김일중 국민의힘 의원(이천1)은 책임과 해법을 한 번에 묶었다. 그는 "민선 7기 이재명 전 지사가 늘리고 민선 8기 김동연 전 지사가 키운 빚, 이제는 그 청구서에 민선 9기 추미애 지사가 답할 차례"라고 했다.
주문은 구체적이었다. 김 의원은 "비상선언에 그치지 않고 비상을 끝낼 구체적 계획과 의회 소통 방안을 보여줘야 한다"며 "재정 부담을 다음 도정에 넘기거나 의회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말고, 재정과 협치를 함께 바로 세우는 4년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여당은 '해결자'를, 야당은 '청구서'를 꺼냈다. 재정위기가 맞느냐를 따지던 전날과 달리, 질문은 추미애 도정이 무엇으로 위기를 끝낼 것이냐로 모였다.
추 지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재정위기 선언의 진의보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부각되는 데 대해 "매우 곤혹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2차 추경 심사를 앞두고 경기도 재정의 원론적인 현황을 밝히고, 재정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타개책에 대한 도의회 차원의 이해와 협력을 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언의 성격에도 선을 그었다. 추 지사는 "이번 선언은 도지사로서 해결 의지가 없거나 자포자기해서 나온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와 진영 논리를 떠나 '이 문제가 정말 심각하구나'라는 점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 어떤 사업도 추진할 수 없게 되며, 도의 존재 이유마저 의구심이 들고 자괴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추 지사가 의회와의 공동 대응을 전면에 세운 데는 하루 전 던져진 경고가 깔려 있다.
김태희 민주당 의원(안산2)은 2일 도정질문 말미에 "도의회는 일방적인 협력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지막 본회의에서 의회가 심사·의결한 예산안에 집행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도정과 도의회, 도민을 향한 관계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수당이 협력의 조건을 먼저 걸었고, 이튿날 도지사가 의회를 '핵심 파트너'로 불렀다.
'지방재정 상생협의체'는 즉석에서 나온 카드가 아니다.
경기도는 8월 31일 주형철 경제부지사가 발표한 '재정위기 극복전략 TF' 활동 결과에서 세입확보 추진단과 지출구조조정추진단을 축으로 실행체계를 꾸리고, 도의회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이미 공식화했다. 추 지사가 본회의에서 이 구상을 직접 의회 앞에 꺼내면서 정치적 무게가 실린 것이다.
경기도의 진단은 빚이 얼마냐에 머물지 않는다. 도는 순수재정수입에서 순수재정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2022년부터 매년 1조 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크게 움직이는 취득세 의존도와 도 본청이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라는 점도 구조적 취약 요인으로 든다.
이 대목은 이날 반박의 무기가 됐다. 중앙정부의 긴축재정과 교부세 감소 속에서 적극재정이 불가피했다는 서 의원의 주장에 추 지사는 도 본청이 불교부단체라는 사실을 들어 교부세를 내려주지 않아 확대재정이 필요했다는 논리는 경기도와 상관이 없다고 맞받았다.
처방은 세 갈래다.
첫째는 지출이다. 총 42조2420억원 규모 제2회 추경에서 기존 세출 5465억원을 줄였다. 2027년 본예산부터는 3년 이상 계속된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보고, 부서·시군 간 유사·중복 사업은 일몰을 검토하며, 대규모 사업은 추진 방식 자체를 재검토한다. 다만 생명·안전과 취약계층 생계·돌봄 등 필수 민생사업에는 재원을 우선 배분한다.
둘째는 세입이다. 체납 관리 강화와 임대용 자동차 등록 유치 등 신규 세원 발굴, 공기업 배당을 통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1조원 이상을 추가 확보한다는 목표다. 법률 개정 없이 도의 행정력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영역이다.
셋째는 경기도 혼자 풀 수 없는 세제 개편이다. 핵심은 현행 25.3%인 지방소비세율을 민선 9기 임기 안에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도는 지방세법이 개정되면 연간 약 1조4000억 원의 추가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담배소비세 중 지방교육세 부분의 지역자원시설세 전환 △법인세 5%의 광역지방정부 재원 배분 △보통교부세 기준 재정수요액·기준재정수입액 산정 현실화까지 4대 과제를 묶었다. 대부분 법률 개정 사안이라 국회와 정부, 도의회, 31개 시·군의 공조가 전제다.
본회의장에서는 예상 밖의 원군도 나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추 지사의 답변 뒤 "추미애 지사님의 경기도정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믿는다"며 "개혁이 조속히 성공해 지사님과 손을 잡고 경기도 아이들을 함께 잘 키워낼 수 있는 시간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한까지 붙였다. 안 교육감은 "지사님의 역량과 추진력이라면 1년 정도 안에 이 비상사태와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기대하겠다"고 했다. 도의회가 해법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교육행정수장이 지지를 공개한 것이다.
이틀간 확인된 충돌은 '재정위기냐 아니냐'에만 걸려 있지 않다. 도의회는 공식 재정지표와 민생·미래사업 감액을 근거로 위기 진단과 사업별 구조조정 기준을 검증하고 있다. 추 지사는 채무 증가 속도와 기금 소진, 취약한 세입구조를 들어 지금 재정을 다시 짜지 않으면 정책 선택지가 좁아진다는 논리를 편다.
달라진 것은 재정을 보는 눈이 아니라 질문의 방향이다. '누구 책임인가'에서 '누가 해결할 것인가'로 넘어갔다.
4일부터는 숫자의 시간이다. 각 상임위원회가 5465억원 규모 세출 구조조정이 반영된 제2회 추경안 심사에 들어간다. 깎인 사업 가운데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그대로 둘지, 집행부가 내건 '필수민생우선' 원칙이 예산표에서도 지켜졌는지가 드러난다.
더 큰 시험대는 18일 마지막 본회의다. 김태희 의원이 예고한 '첫 시험대'와 추 지사가 꺼낸 '핵심 파트너'가 예산 합의로 이어질지, 여야가 동시에 요구한 해법에 추미애 도정이 어떤 숫자로 답할지가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