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공장 있어도 안심 못한다⋯삼전닉스, ‘메모리 현지생산’ 압박 우려

입력 2026-09-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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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했어도 관세 피할지는 불확실
韓 생산 반도체에 관세 붙을 가능성
추가투자 압박 한층 커져
면제 기준 따라 공급망 재편 불확실성도

▲2026년 8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SK하이닉스와 퍼듀대가 개최한 반도체 패키징 공장 및 연구개발(R&D) 시설 착공식의 전시 부스에 반도체 칩 모형이 놓여 있다. (웨스트라피엣(미국)/로이터연합뉴스)
▲2026년 8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SK하이닉스와 퍼듀대가 개최한 반도체 패키징 공장 및 연구개발(R&D) 시설 착공식의 전시 부스에 반도체 칩 모형이 놓여 있다. (웨스트라피엣(미국)/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여부와 관세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미 두 회사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투자액보다 미국에서 어떤 반도체를 얼마나 생산하느냐가 관세 면제의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2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보면 경고를 받은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동의하며 “그들은 이곳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등을 중심으로 미국 반도체 생태계에 370억달러(약 50조33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다만 투자의 중심은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 빅테크 등에 공급하는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낸드플래시메모리까지 관세 면제를 받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국 최초의 HBM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AI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 건설에 나섰다. 그러나 D램 웨이퍼는 한국에서 생산한 뒤 미국에서 HBM으로 패키징하는 구조다. 미 정부가 ‘미국산 반도체’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관세 면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D램과 HBM 전공정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단순히 공장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 구축된 소재·부품·장비업체와 협력사, 대규모 용수·전력, 숙련인력까지 고려하면 한국 반도체 생산기반의 핵심을 옮겨야 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생산 효율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메모리 특성상 생산거점 분산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반면 미국 현지 생산을 빠르게 늘리는 경쟁사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대만 TSMC는 애리조나 투자 계획을 총 2650억달러로 확대했고 다른 대만 기업들도 미국에 2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현지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관세 면제가 미국 내 생산량과 연동될 경우 한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관세 대상이 반도체에서 서버·노트북·게임기 등 완제품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고객사 공급망 재편 압력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빅테크와 서버업체들이 자국 내 생산·조립을 늘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건은 미국이 관세 면제를 위한 ‘현지 생산’의 기준을 어디에 긋느냐다. 한국 정부로서는 한미 무역협상에서 약속한 대미 투자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존 미국 투자를 최대한 인정받고 한국에서 생산한 반도체에도 충분한 무관세 쿼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국내 생산기반을 지키면서 관세를 감수할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투자를 더 늘릴지를 놓고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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