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가 더 잘해야죠”…‘백종원 효과’ 넘어 힘 모은 예산시장 상인들 [르포]

입력 2026-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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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할로윈ㆍ크리스마스 행사 직접 기획…모임통장ㆍ단톡방도
평일에도 유튜버ㆍ지역 주민 발길…만원 넘는 메뉴 드물어 ‘가성비’
예산시장 넘어 예당호로 지역개발 확대…사과 활용 ‘잼리수’ 선봬

▲충남 예산상설시장 외관.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충남 예산상설시장 외관. (사진제공=더본코리아)

평일인 2일 오후 충청남도 예산시장은 주말보다 한산했지만 곳곳에서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친구들과 여행 온 젊은 층부터 인근에 사는 중장년층 부부까지 방문객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시장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유튜버도 눈에 띄었다.

시장 안 먹거리는 대부분 1만원을 넘지 않아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했다. 사과, 쪽파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와 함께 낙원약과, 전통주, 예산샌드 등 기념품을 손에 가득 쥔 관광객도 있었다.

상인들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꺼냈다. 다만 시장이 백 대표의 인지도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함께 커지고 있었다. 지난해 시장 방문객이 줄어든 시기를 거치면서 젊은 상인들을 중심으로 직접 행사를 만들고 시장을 꾸미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충남 내포신도시에 산다는 50대 부부는 예산시장을 관광객만 찾는 곳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메뉴도 많아서 생각날 때마다 자주 온다”며 “백 대표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행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관광하듯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신광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구워 먹는데 저렴하고 맛있다”며 “젊은 사장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고 덧붙였다.

▲예산시장의 실내 식당가에서 다양한 방문객들이 테이블에 앉아있다.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예산시장의 실내 식당가에서 다양한 방문객들이 테이블에 앉아있다.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주말엔 여전히 웨이팅”… 다시 늘어나는 손님

시장 중앙에 자리한 대흥상회는 예산시장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전부터 이곳을 지켜온 가게다. 예산 출신인 김지준 대흥상회 점주는 장터광장 조성 전부터 건어물과 식재료를 팔아왔다. 이후 컨설팅을 통해 맥반석 건어물구이를 선보이며 관광객이 바로 먹을 수 있는 메뉴까지 판매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백 대표와 관련한 좋지 않은 이슈로 고객이 많이 줄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손님이 많아지고 있다”며 “주말에는 주차자리가 부족할만큼 여전히 웨이팅이 있다”고 밝혔다.

▲변명자 예당소금빵 점주. (사진제공=더본코리아)
▲변명자 예당소금빵 점주.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예당소금빵의 변명자 점주는 “최근에는 시장에서 음식만 드시고 가는 게 아니라 소금빵 같은 디저트를 기념품으로 사가는 분도 많다”며 “한 번 먹어보고 너무 맛있다며 다시 들르는 분들도 있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산시장의 변화는 새로 들어온 청년 점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예산 5일장을 누빈 상인도 시장 안에 자리를 잡았다. ‘이신복 명물꽈배기’를 운영하는 이신복 점주는 과거부터 5일장에서 꽈배기를 팔며 이름을 알렸다. 백 대표도 이날 이 점주를 두고 “원래부터 유명했던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점주는 오히려 백 대표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다. 그는 “백종원 대표 덕분에 여기서 상설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5일장을 다니며 장사할 때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매출도 5배 이상 늘었다. 너무 감사할 뿐”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김국헌 신광정육점 점주. (사진제공=더본코리아)
▲김국헌 신광정육점 점주.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언제까지 백종원에게 기댈 순 없죠”

시장 상인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백 대표가 어려움을 겪던 때였다.

김국헌 신광정육점 점주는 “지난해 시장에 들어와 초기 점주들보다 힘들게 시작했다”며 “언제까지 백종원 대표에게 기댈 수 없다는 생각에 먼저 젊은 사장들끼리 힘을 합쳤다”고 회상했다.

상인들은 지난해 10월 시장을 할로윈 테마로 꾸몄다. 점주들이 직접 캐릭터 의상을 입고 장사했고 방문객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이후에는 다른 점주들까지 합세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5m 높이의 트리를 세우고 조명도 달았다.

▲손우성 신양튀김 점주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손우성 신양튀김 점주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손우성 신양튀김 점주는 “명절에는 멍석을 깔고 윷놀이도 하면서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점주끼리 돈을 모을 수 있는 모임통장도 만들었고 단체대화방에서 수시로 의견을 교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를 도와준 백종원 대표를 응원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던 것도 있다”며 “우리도 더 잘하자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더본코리아의 직접적인 컨설팅 대상이 아니었던 매장들도 시장 전체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 상인 간 교류에 참여하고 있다.

백 대표도 이날 열린 ‘더본코리아 ESG 상생프로젝트 예산 지역개발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 같은 변화를 예산시장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더본코리아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웠던 시기에도 상인들이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상품을 만들어 시장을 다시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더본코리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더본코리아)

백 대표는 “2023~2024년 계속 위생교육과 여러 관리를 받으면서 힘들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내공이 쌓였다”며 “제가 예산시장의 가장 큰 성과라고 보는 것이 상인 스스로 일어날 힘이 생겼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예산시장 곳곳에는 여전히 ‘백종원’이라는 이름이 짙게 남아 있었다. 상인들도 시장이 현재 모습에 이르기까지 백 대표가 한 역할을 여러 번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시장에서는 그 이름에만 기대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예스러운 분위기로 통일된 점포 사이에서 상인들은 직접 행사를 만들고, 돈을 모으고, 상품을 개발하며 손님이 다시 찾을 이유를 고민하고 있었다.

백 대표에 대한 감사가 상인들을 묶는 계기였다면, 이제는 “우리도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시장을 움직이는 또 다른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빽다방 예당호점 외관. (사진제공=더본코리아)
▲빽다방 예당호점 외관.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시장 밖으로 넓어지는 지역개발… 예당호엔 ‘사과 잼리수’

예산시장에서 시작한 더본코리아의 지역개발 실험은 이제 시장 밖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날 앞서 찾은 빽다방 예당호점에서는 커다란 창 너머로 예당호와 출렁다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널찍하고 깔끔한 실내에 앉으면 예당호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매장 안에서는 갓 구운 디저트의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예당호는 출렁다리를 중심으로 이미 많은 관광객이 찾는 예산의 대표 관광지다. 다만 백 대표는 그동안 관광객이 출렁다리를 둘러본 뒤 서산이나 홍성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정작 예산 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점을 문제로 봤다.

그는 “관광객들이 출렁다리를 보고 20분 정도 돌고 사진을 찍은 뒤 ‘밥 먹으러 가자’며 다른 지역으로 가버렸다”며 “여기 오시는 분들이 최소한 예산에서 잠깐이라도 머물다 가게 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시작한 게 예산시장 개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빽다방 예당호점은 약 120평 규모로 6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빽다방과 함께 예산 특화 디저트인 ‘잼리수’를 판매하고, 제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제조공간 전면을 통창으로 구성했다.

▲빽다방 예당호점에서  판매되는 잼리수. (사진제공=더본코리아)
▲빽다방 예당호점에서 판매되는 잼리수. (사진제공=더본코리아)

잼리수는 대만의 대표 간식인 펑리수에서 착안했다. 예산군이 대만 지역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예산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디저트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더본코리아가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펑리수가 파인애플을 활용한다면 잼리수에는 예산 대표 특산물인 사과로 만든 잼을 넣었다. 직접 맛본 잼리수는 펑리수와 비슷한 고소한 반죽에 달콤하면서도 산뜻한 사과잼 맛이 더해진 특징을 보였다.

백 대표는 “예산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해 대만과 예산의 교류와 지역개발이라는 스토리를 담은 과자”라고 소개했다.

더본코리아는 예당호뿐 아니라 삽교시장 곱창특화거리와 폐교를 활용한 전통주 체험단지 등으로 예산 지역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예산시장에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서 시작한 실험이 이제는 곳곳에 먹고, 사고, 머물 이유를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예산이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넘어 스스로 손님을 불러올 힘을 얼마나 키워낼 수 있을지가 ‘백종원표 지역개발’의 다음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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