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사람을 지킨다⋯현대차그룹 ‘모빌리티 사회공헌’ 진화 [CSR 필름 리와인드]

입력 2026-09-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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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점프스쿨부터 재잘재잘 스쿨버스까지
학대피해아동 위한 ‘힐스 온 휠스’로 확장
수소전기버스는 소방관 ‘움직이는 쉼터’로
본업 경쟁력 접목해 사회문제 해결 앞장

기업의 사회공헌(CSR)이 단순 시혜성 기부를 넘어 실질적인 사회문제 해결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과 고유 사업 역량을 사회적 가치로 융합하며, ‘좋은 일’을 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가장 잘하는 일’로 세상을 바꾸는 추세다. 이에 이투데이는 올해 제15회를 맞은 ‘CSR 필름 페스티벌 어워드’를 앞두고 2012년 이래 3회 이상 수상한 기업·기관 15곳의 발자취를 추적, 지난 15년간 한국 CSR이 일궈낸 ‘선한 변화’를 집중 조명한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자동차는 사람을 목적지까지 옮기는 수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여기에 한 가지 역할을 더했다. 청각장애 어린이의 통학을 돕고 학대 피해 아동에게 심리치료 공간을 제공한다. 화재 현장에서는 소방관이 잠시 숨을 고르는 쉼터가 된다.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기업의 본업을 사회문제 해결에 접목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도 ‘지원’에서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CSR 필름 페스티벌에서 총 9차례 수상하며 역대 최다 수상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수상작을 관통하는 특징은 자동차와 이동이라는 그룹의 핵심 역량을 사회적 약자와 현장에 필요한 솔루션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여기에 청소년 교육과 인재 육성을 결합하면서 사회공헌의 영역을 넓혀왔다.

초기에는 교육 격차 해소가 주요 축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서울장학재단, 비영리단체 점프와 함께 ‘H-점프스쿨’을 시작했다. 대학생을 선발해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에게 학습지도와 진로상담을 제공하고 대학생에게는 현대차그룹 임직원과 사회인 멘토의 멘토링 기회를 주는 구조다. 도움을 받던 청소년이 대학생이 된 뒤 다시 멘토가 되는 선순환도 만들어냈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자동차를 사회공헌의 직접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청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재잘재잘 스쿨버스’가 대표적이다. 이동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학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차량에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했다. 자동차라는 그룹의 전문성을 사회적 약자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해결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

사회공헌 차량의 역할은 ‘이동’에서 ‘치유’로 확장됐다. ‘힐스 온 휠스(Heals on Wheels)’는 학대 피해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차량을 활용한 프로젝트다. 낯선 공간에서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부담을 줄이고 필요한 곳으로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차량을 치료·상담 공간으로 바꿨다. 자동차가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가 사람을 찾아가도록 이동의 개념을 뒤집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경쟁력까지 사회공헌에 투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방관 회복지원 수소전기버스’다. 화재 현장에서 장시간 고온과 연기에 노출되는 소방관들이 출동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수소전기버스를 특수 목적 차량으로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소방청·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현장의 요구를 차량에 반영했다.

수소전기버스를 선택한 데도 이유가 있다. 수소전기버스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 주행하고 운행 과정에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현대차의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는 고효율 필터를 통해 공기를 정화하고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화재 현장 주변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회복지원 차량의 특성과 친환경 모빌리티 기술을 연결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CSR이 주목받는 지점은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보다 ‘자동차 회사가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는 데 있다. 교육이 필요할 때는 대학생과 청소년을 연결했고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면 자동차를 활용했다. 상담 공간이 부족하면 차량을 찾아가는 치료실로 만들고 소방관에게 휴식 공간이 필요하자 수소전기버스를 움직이는 쉼터로 바꿨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오랫동안 구축해온 사회공헌 전략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그룹은 2003년 사회공헌협의회를 발족한 이후 교통약자 지원과 청년봉사, 사회적기업 육성, 교육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2013년 H-점프스쿨 출범 등 사회공헌 사업을 장기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왔다.

전동화와 수소,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자동차의 역할이 달라질수록 사회공헌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많아진다. 현대차그룹의 CSR 역시 자동차를 기부하는 단계를 넘어 차량과 기술을 사회문제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람을 이동시키는 기술’에서 ‘사람의 삶을 움직이는 기술’로. 현대차그룹이 CSR 필름 페스티벌에 남긴 수상 기록은 모빌리티 기업의 사회공헌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5 CSR 필름 페스티벌 어워드’에서 김수민(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매니저가 이종재 이투데이그룹 부회장에게 한국국제협력단이사장상 글로벌 나눔 부문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025 CSR 필름 페스티벌 어워드’에서 김수민(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매니저가 이종재 이투데이그룹 부회장에게 한국국제협력단이사장상 글로벌 나눔 부문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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