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ㆍ정우성→손예진ㆍ지창욱까지⋯'톱스타' 이름값, 이번에도 통할까 [엔터로그]

입력 2026-09-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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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이 배우들이 한 작품에 나온다고?"

화려한 캐스팅은 작품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됩니다. 포스터 한가운데 배우의 얼굴을 배치하고 이름부터 내세우는 이유기도 하죠.

올 하반기에도 별들이 뜹니다. 톱스타들의 조합이 잇달아 시청자를 만날 예정인데요. 현빈·정우성에 손예진·지창욱 등 이름만으로 기대감을 높이는 배우들이 일제히 출격을 알리면서 하반기 콘텐츠 경쟁의 선봉에 나섰죠.

다만 별이 많이 뜬다고 반드시 흥행의 밤하늘이 밝아지는 건 아닙니다. 최근에는 톱스타의 이름값보다 공개 후 입소문이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모습도 뚜렷한데요. 그럼에도 투자와 편성, 해외 판매의 문을 열기 위해 제작 현장은 여전히 톱스타를 찾고 있죠. 달라진 흥행 공식 속에서 스타의 이름값은 과연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요.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컷. (사진제공=SBS)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컷. (사진제공=SBS)

하반기 안방극장 '별들의 전쟁'

9월 콘텐츠 시장의 포문은 현빈과 정우성, 손예진과 지창욱이 엽니다. 공교롭게도(?) 현빈·손예진 부부가 같은 달 서로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나는 가운데, 한 작품 안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톱스타들의 조합이 성사돼 관심이 쏠립니다.

먼저 디즈니+는 9일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를 공개합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백기태(현빈 분)와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검사 장건영(정우성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우도환, 서은수, 원지안, 정성일 등도 출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죠. 지난해 공개된 시즌1은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공개작 가운데 전 세계 최다 시청 1위를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손예진과 지창욱, 나나가 호흡을 맞춘 '스캔들'이 18일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로 옮긴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 주연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를 원작으로 하는데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위험한 사랑 내기와 그에 얽힌 인물들의 욕망을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특히 손예진의 첫 OTT 오리지널 시리즈인 데다가 2002년 영화 '취화선' 이후 24년 만에 선보이는 사극 연기이기도 한 만큼 관심이 뜨거운데요. 손예진은 뛰어난 재능을 지닌 조씨 부인, 지창욱은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으로 변신할 예정이죠.

'눈물의 여왕'으로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 타이틀을 거머쥔 김지원은 다음 달 SBS 새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로 돌아옵니다. 약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인데요. 로맨스보다 메디컬과 느와르에 초점을 맞춘 데다가 병원 내 부정부패와 의료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맞서는 인물 계수정 역을 맡아 눈길을 끕니다. 여기에 '닥터 X' 제작진이 김지원에 대해 "첫 촬영부터 목소리 톤, 눈빛, 습관까지 '계수정' 그 자체였다. 김지원이 아닌 계수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히면서 벌써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죠.

연말까지 스타들의 출격은 이어집니다. tvN은 12월 김우빈 주연의 '기프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사람들의 야구 재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전 프로야구 투수코치 정민용 역으로 분하는데요. 프로 무대를 떠난 뒤 전국 꼴찌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을 이끌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김우빈이 오랜만에 안방극장 주연으로 나서 기대를 모으는데요. 2022년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 약 4년 만의 tvN 복귀작입니다.

방송사들은 물론 OTT 플랫폼들도 대중성과 해외 인지도를 갖춘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하반기 콘텐츠 시장은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는데요. 이름만 들어도 기대되는 조합이지만 진정한 성패는 작품이 공개된 뒤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톱스타들이 시청자의 선택을 이끌 수 있을지, 나아가 마지막 회까지 붙잡아둘 수 있을지가 하반기 '별들의 전쟁'의 관전 포인트죠.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라인업이 흥행 보증수표?…엇갈린 말말말

다만 시청자들의 선택 기준은 배우의 이름에만 머물지 않을 예정입니다.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고를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는 '콘텐츠의 주제 및 소재'로, 응답률은 73.8%에 달했습니다. 이는 OTT 이용자들이 출연진뿐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이야기와 소재를 적극적으로 따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성적 역시 다양합니다. 이민호와 공효진이 주연으로 나선 tvN '별들에게 물어봐'는 제작비가 5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 대작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1~3%대 시청률에 머물렀습니다. 톱스타들의 만남에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독특한 설정을 더하며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자층을 넓히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죠.

전지현과 강동원을 앞세운 디즈니+ '북극성' 역시 공개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두 배우가 한 작품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만으로 기대가 컸지만, 공개 이후엔 전개와 대사 등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면서 기대만큼의 호응은 얻지 못했습니다.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방영 전만 해도 톱스타를 앞세운 대형 기대작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타임슬립과 쌍방 구원 로맨스를 결합한 이야기로 입소문을 타면서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tvN '선재 업고 튀어'가 대표적인데요. TV 시청률은 2~5%대였지만 TV·OTT 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에서는 100여 개국 1위에 오르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특히 류선재 역의 변우석은 이 작품을 통해 주연 배우로서 존재감을 각인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이미 완성된 스타를 캐스팅해 흥행을 노린 게 아니라 작품의 이야기와 캐릭터가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낸 사례죠.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름값이 '힘' 되는 순간

그럼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데도 제작 현장은 왜 톱스타를 찾을까요. 작품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청률과 화제성에 앞서 투자와 편성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제작비를 끌어오고 방송사·OTT의 선택을 받는 데 유리한 카드로 작용할 수 있죠.

해외 판매에서도 배우의 이름값은 중요합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품을 해외 플랫폼이나 유통사에 미리 판매하려면 작품의 흥행 가능성을 설명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한데요. 이때 해외 팬덤과 전작의 성과를 갖춘 배우는 비교적 계산 가능한 상품성이 됩니다. 톱스타가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더라도 투자와 유통을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가 되는 셈입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콘텐츠는 공개 전 흥행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품인 만큼, 인지도와 전작 성과를 갖춘 배우의 캐스팅이 투자 유치와 편성 과정에서 작품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지표로 활용된다"며 "해외에서 인지도가 있는 배우는 선판매 가격과 판매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높은 출연료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스타를 잡기 위한 비용입니다.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과 K-콘텐츠의 해외 수요 확대가 스타 배우의 몸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9월 발간한 리포트에서 드라마 제작비 가운데 주연 배우 출연료가 약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OTT는 작품이 완성되기 전 제작비를 투자하는 만큼 배우와 작가, 감독의 전작 흥행 이력을 일종의 판단 지표로 삼습니다. 검증된 이름이 투자 유치에 유리해지면서 이들의 몸값도 함께 올랐는데요. 일부 글로벌 OTT 오리지널이 제작 원가에 일정 수준 이상의 마진을 더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되는 만큼, 제작비가 커질수록 제작사가 확보하는 절대 이익도 증가해 제작비를 낮출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부와 관련 업계가 치솟아온 배우들의 출연료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주요 매니지먼트사와 제작 단체들은 7월 정부 지원 중예산 영화에 출연하는 개별 주·조연 배우의 출연료를 순제작비의 10% 이내로 정하는 자율 협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요.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도 남았습니다. 적용 대상이 영진위의 제작 규모 20억~100억원 미만 '중예산영화 지원 사업' 선정작에 국한된 데다가 자율 협약인 만큼 도덕적 합의 성격을 지닙니다. 또 회차가 길고 해외 동시 공개와 선판매 비중이 큰 드라마 시장은 제작·유통 구조가 다른 만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정작 고액 출연료 논란이 반복되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셈이죠.

신인 배우의 시장 진입 역시 어려워질 수 있고요. 무엇보다 개별 배우의 몸값을 넘어 제작비 배분과 콘텐츠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예산이 일부 주연 배우에게 집중될수록 조연·스태프 인건비와 촬영, 미술, 후반 작업 등에 투입할 수 있는 비용은 줄어드는데요. 높아진 손익분기점을 고려해 제작사와 플랫폼이 이미 대중성을 입증한 장르와 지식재산권(IP)을 선호하면서 기획의 다양성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배우의 연기력과 팬덤, 해외 인지도가 작품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스타 캐스팅은 작품의 초기 관심과 유통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일 뿐 흥행을 반드시 보장하는 조건은 아닌데요. 올가을 출격을 앞둔 시리즈들이 이름값을 넘어 작품의 완성도로도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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