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EU 가입협상 재개 거부…안보보다 ‘경제 주권’ 택했다 [종합]

입력 2026-08-31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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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AP연합뉴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AP연합뉴스
아이슬란드가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재개를 국민투표에서 반대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위협 등 지정학적 불안이 커졌지만, 국민들은 EU라는 ‘안보 울타리’보다 어업권과 국가 주권을 지키는 노선을 택했다. 회원국 확대를 통한 EU의 유럽 결속 강화 노력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 등에 따르면 EU 가입 협상 재개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52.8%로 찬성 47.2%를 앞섰다. 투표율은 82.5%로 2024년 총선 당시 80.2%보다 높았다. 수도 레이캬비크에서는 찬성표가 우세했지만, 어업 의존도가 높은 지방에서는 반대가 60%를 넘는 등 지역별 표심이 뚜렷하게 갈렸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임기에는 가입 협상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에 만족한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며 EU와는 EEA를 통한 관계를 계속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아이슬란드의 EU 가입 논의는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8년까지 사실상 중단될 전망이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 EU 가입을 신청했지만 2013년 EU 회의론을 내세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협상을 중단했다. 최근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슬란드에서 약 290㎞ 떨어진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를 드러내면서 EU 가입론이 다시 힘을 얻었다. 자체 군대가 없는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과의 방위협정을 안보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도 표심을 움직인 것은 안보보다 ‘경제 주권’이었다. 아이슬란드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노르웨이·리히텐슈타인과 함께 EEA에 참여해 이미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반대 진영은 정식 가입에 따른 추가 이익은 크지 않은 반면 EU 공동어업정책의 적용을 받으면 핵심 산업인 어업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업은 아이슬란드 수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번 결과는 신규 회원국 확대를 추진해온 EU에도 부담이다. EU는 2013년 크로아티아 가입 이후 13년간 신규 회원국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이민자 유입 문제로 2020년 영국이 EU를 탈퇴했다.

현재 몬테네그로와 알바니아, 몰도바 등이 가입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제 수준이 높고 EU 제도와 이미 긴밀하게 연결된 아이슬란드는 유력한 신규 회원국 후보로 꼽혀왔다.

EU 회의론 진영은 즉각 환영했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나이절 패라지 영국 리폼UK 대표는 “독립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아이슬란드에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프랑스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도 이번 결과가 “EU 가입이 어떤 유럽 민주주의 국가에도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U는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아이슬란드 국민의 민주적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아이슬란드가 EU의 가장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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