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펀드·신탁·주가연계증권(ELS) 등 비예금상품에 대한 소비자보호 장치를 상품 선정 단계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강화한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이찬진 금감원장 주재로 제4차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열고, 은행권 비예금상품 제도와 금융투자회사 광고 제도 개선, 보험사기 척결 등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6개 안건을 논의했다고 30일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는 소비자 관점에서 금융감독·검사 현안과 제도개선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3월 출범한 금감원장 직속 자문기구다.
먼저 은행권 비예금상품 제도 개선을 논의했다. 은행권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홍콩H지수 ELS 사태 이후 외부 금융회사가 만든 상품을 은행이 판매하는 과정과 판매 이후 관리체계를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해 왔다.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막으려면 상품이 고객에게 판매되기 전인 설계·심사 단계부터 소비자보호 관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은행이 외부 금융회사가 만든 상품을 판매할 경우 제조사와 판매사 사이의 소비자보호 책임을 보다 명확히 나누기로 했다. 신탁 상품은 별도의 협약서를 마련하고 펀드 등은 기존 계약서를 보완하는 방안이다.
제조사는 투자위험이 변경되거나 상품에서 오류가 발견됐을 때 판매사에 이를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판매 과정에서 필요한 상품 설명도 지원해야 한다. 은행 등 판매사는 상품별로 독립적인 심사를 거쳐 목표 고객을 정하고 판매한도를 관리하며 판매 직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제조사와 판매사는 민원 해결을 위한 정보 제공과 손해배상책임 등에서도 서로 협조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상품 구조가 복잡하거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해외 대체투자펀드 등은 은행 내부 비예금상품위원회에서 심의할 때 외부 전문가와 제조사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상품을 처음 도입할 때 리스크관리부서와 소비자보호부서, 준법부서 등 영업부서와 독립된 조직이 상품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심사기간도 보장한다.
판매 이후 관리도 강화한다. ELS를 판매할 때 소비자가 손실 가능성을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상품설명서의 손실 관련 내용을 구체화한다. 투자위험 1·2등급 상품은 현재보다 투자자 안내 주기를 줄여 최소 월 1회 안내하고, 중도해지수수료와 상환 조건, 중도해지 시 받을 수 있는 금액 등 제공 정보도 확대한다.
같은 금융상품이라도 은행과 증권사 등 어느 경로를 통해 가입하는지에 따라 상품 특성과 수수료 체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에게 알리기로 했다. 운용자산설명서에 가입경로별 상품 특성과 선취·후취 등 수수료 체계를 기재해 소비자가 투자 목적과 기간에 맞춰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비예금상품은 제조사의 사전교육을 이수한 직원만 판매하도록 하고 대리인을 통한 판매 때에는 대리권 확인 절차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하반기 관련 내용을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반영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의료기관이 주도하는 보험사기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에 나선다. 최근 일부 요양병원이 암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진료비 일부를 돌려주는 이른바 '페이백'을 제공하거나 의료인이 비만치료제 등을 이용한 보험사기를 주도하는 등 의료·보험 관련 범죄 수법이 지능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반기에는 병원 내부자 제보 등을 통해 혐의 증빙이 비교적 명확하고 다수 의료 관계자가 조직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병·의원을 선별해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과 보험사의 보험사기 특별조사조직(SIU) 인력 약 100명을 투입하고 필요하면 관계기관과도 공조한다. 조사 과정에서 의사의 페이백 등 의료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보건당국과 협의해 처리할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플랫폼 등에서 발생하는 부정결제 대응책도 마련한다. 금감원이 파악한 주요 부정결제 유형에는 쇼핑몰 회원 계정을 탈취한 뒤 등록된 간편결제 수단이나 포인트·마일리지로 상품권 등 현금화하기 쉬운 상품을 사들이는 방식이 있다. 피싱·스미싱·악성코드 등으로 얻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규 계정을 만든 뒤 탈취한 카드나 계좌정보로 고액 상품을 구매하는 명의도용도 발생하고 있다. 시스템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고객정보나 결제수단 정보를 빼내거나 상품권 PIN 번호를 대량 확보해 현금화하는 사고도 있다.
금감원은 이를 막기 위해 FDS의 표준 최저 기능요건을 마련하고 AI·머신러닝 기반 탐지모델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위험 거래는 다중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거래 위험도에 따라 인증 수준을 다르게 적용한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책임도 강화한다. PG사의 부정결제 대응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표준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PG사 거래 특성에 맞는 자금세탁방지(AML) 업무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금감원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주요 PG사, 학계·보안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응협의체를 7월 출범시켰으며 하반기 중 '부정결제 예방·대응 표준 실무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드사의 마케팅 동의 방식도 손본다. 현재 카드사는 고객이 마케팅에 동의하면 고객이 선택한 전화·문자 등의 채널을 통해 카드사뿐 아니라 제휴사와 계열사의 상품·서비스까지 연계해 마케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한 차례 동의한 뒤 광고성 전화와 문자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앞으로 카드 자체 서비스·혜택에 대한 마케팅 동의와 카드 외 상품·서비스에 대한 마케팅 동의를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한 번 마케팅에 동의했더라도 언제든 동의를 철회하거나 광고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준 동의서식도 개정한다. 카드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미흡사항은 개선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이 밖에 금융투자회사의 광고 제도 개선과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대책 시행에 따른 소비자보호 방안, 증권사 위탁매매·연금저축 계좌의 개설 방식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부과하는 관행 개선도 논의됐다. 금융투자회사 광고와 자동차보험 관련 내용은 9월 첫째 주, 증권사 수수료 관련 내용은 9월 둘째 주 별도 발표할 예정이다.



